이재일/조순희 선교사(세네갈-풀라니)

풀라니종족마을에서 드리는 서른한 번째 소식

        

자연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산과 바다를 찾아 마음의 휴식을 찾으려하는 것 같다. 나는 이곳에 살면서 울창한 산도, 확 트인 넓은 바다도 바라지 않고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늘 황량함, 삭막함 그리고 마치 버림받은 땅처럼 묘사했던 기억이 있다. 늘 작은 가시나무와 엉겅퀴가 군데군데 볼품없이 자라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수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 같다.

며칠 전 형제의 마을을 방문하고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붙잡는 것이 있었다. 길가에 듬성듬성 자라난 가시나무에서 어떤 고급향수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긋한 냄새가 내 주위를 가득 채우는 듯했다. 나는 처음으로 강한 향기에 취해 넋을 놓고 말았다. 도로가에 노랗게 핀 가시나무 꽃향기가 나를 이렇게 감동시킬 줄 몰랐다. 오토바이를 길가에 새운 채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심장 가득 꽃향기를 채웠다. 문득 나는 수년간 이 땅에 살아오면서 내가 꿈꾸는 아름다움으로 이 땅의 모습을 평가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고 고귀한 것들이건만 나는 가시나무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고, 넓게 모래로 뒤덮인 땅의 황홀함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많은 것들을 우리의 생각들로 판단하고 또 아름다움을 저울질해온 건 아닌가 생각한다. 가시나무 꽃향기는 나에게 쉽게 간과하기 쉬운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기록일기)  

라·마·단
요즘 길거리에 만나는 사람들의 첫 인사는 Mbad -daa e Koorka(금식하는데 힘들지 않습니까?)라고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또 Hol to Sukara Koorkaam woni?(금식이 끝나는 저녁에 내가 먹을 수 있도록 나에게 먹을 것을 주십시오)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라니 종족사람들은 사용합니다. 라마단 기간은 어느 때보다 소비가 많습니다. 낮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사람들이 저녁 시간에 몇 차례 씩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비가 소비 됩니다.

이슬람들의 큰 의무 중에 하나인 라마단 금식은 무슬림들을 더욱 하나로 결속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라마단이 시작된 후 이곳 풀라니 종족마을의 형제들은 평소보다 더 영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이 강한 풀라니 종족 안에서 무슬림이 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강한 결속으로 뭉쳐진 이슬람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곧 모든 생계수단이 막히는 것입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슬람 종교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태어나면서 형성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을 두렵게 만들고 쉽게 복음을 받아드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새벽부터 모스크에서 시작된 코란 방송이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삶의 터전가운데 있습니다. 특별히 라마단 기간 동안 훈련받고 있는 형제들이 흔들림 없이 더욱 믿음으로 견고하게 서 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모·임·방 소·식
우선적으로 3개의 마을에서 모임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혀 기독교의 배경이 없는 사람들이라 모든 것이 낯선 모양입니다. 마을마다 매주 한 차례 자체적인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각 마을마다 리더가 세워졌는데 사람들을 섬기고 또 모임방을 이끄는데 더 많은 훈련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단 시간에 우리가 원하는 기준으로 무언가가 세워지길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신실한 충성된 그리스도의 일꾼들로 세워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 계속 마을마다 제자훈련과 성경공부를 통해 사람들을 세워가는 일들을 하고 있고 또 복음을 전하는 일에 시간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차례 성탄절을 전후로 수련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올 해 12월에는 처음으로 각 모임 방이 참여하는 수련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 저희는 그리스도인의 하나 됨을 경험하고 성령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형제들 중 직장인과 학생들이 있어서 가능한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을 선택해 2박 3일간 숙식하며 수련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수련회를 통해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삶이 형제들 가운데 나타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또 성령님의 은혜가 모임가운데 넘쳐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예림, 예랑이네 소식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50여일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전화상으로 목소리를 듣지만 어린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들이 아파서 전화가 오고 울먹인 목소리를 들을 때면 당장 달려도 가고 싶지만 마음뿐이라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살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염려와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2주전 저희 부부의 결혼 10주년 날, 아이들이 준비한 축하 말과 축복송도 전화 목소리를 통해 들었고 가끔 엄마, 아빠를 격려하는 아이들이의 이메일을 받으면서 저희 또한 귀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이 언제나 늘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함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세상의 많은 재난들로 뒤숭숭한 때에 우리 모두 주님의 약속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삶에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주님의 마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주님의 은혜가 동역자님들 가운데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005. 10. 18
     풀라니종족마을 마탐에서 이재일·조순희, 예림, 예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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