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태국 선교의 동역자님께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새 봄이 주는 느낌이 이렇게 설레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새삼 감탄하는 가운데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우신 손길을 묵상하며 지냈습니다. 뚜렷한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며 사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며, 오랜만에 경험하기에 그 가치를 확실히 느끼게 되어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나니
지난 몇 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서 결국 사람 사는 모양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곳이 부유한 나라인데 이곳 알칸소 주의 형편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깨끗하고 잘 정리된 나라라고 하는데 저희가 임대하여 사는 아파트의 지저분한 모습을 보면 태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집에 자그마한 문제들이 있어 고쳐달라고 관리인을 몇 달 동안 계속 찾아가도 늘 바쁘다, 돈이 없다며 기다리라고 하는데 지쳐 이젠 다 포기했답니다. 그래도 항상 웃으며 응대를 하니 차마 큰소리도 내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는데 이런 느긋한 모습을 보면서 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잘 맞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이런 곳이 별로 없다는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저희보고 이 세상 나라들에 소망을 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하며 미소도 지어 봅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식년을 떠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때부터 태국 선교지의 이런 저런 어려운 형편을 계속 듣게 되어 몸은 쉴 수 있으나 마음은 쉬지 못한 채 몇 달을 보내면서, 또한 이곳에서 직간접으로 듣게 되는 다른 선교지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혹은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내린 결론은 해아래 새 것이 없다는 고백입니다. 사는 곳과 교육 배경과 외적인 지위나 조건들을 다 벗기고 나면 똑같은 죄인이니 어딜 가서 누굴 만나 무슨 일을 하며 살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모양은 다 비슷함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온전히 의뢰하게 됨이 저희에게 큰 감사제목입니다.
부활의 권능을 체험하며
선교의 최 일선에서 일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많이 맛본 자이면서도, 그 고된 전투에 너무도 상해 있던 저희를 속속들이 치유하시고, 온전히 회복시키시는 주님을 보며 선교는 주님의 일임을 다시금 고백합니다. 저희의 의지와 능력으로는 다시 이 길로 나가기가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신 주님께서 땅 끝까지 복음을 증거 하는 세계 선교의 온전한 주체이심을 다시금 기억시켜 주셨습니다. 말씀묵상과 기도, 그리고 믿음의 친구들과의 교제를 통해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즐겁게 순종할 마음을 회복 시켜주심을 감사합니다. 삶 가운데서 부활의 주님을 체험하게 하시고, 산 소망을 주심을 인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마침 이번 주일이 부활절인데 십자가의 고난을 다 이기시고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승리하신 주 예수님을 깊이 만나게 하시는 은혜에 감사합니다.
함께 하는 선교를 꿈꾸며
저희가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진지는 벌써 25년 정도 되었고 여러 가지 준비를 거쳐 태국에 파송 된지도 이제 만 17년이 넘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저희와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의 기도 편지 서두에 늘 쓰듯이 여러분은 태국 선교의 동역자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단순히 후원하는 것이 아니고, 선교의 주인이신 예수님께 순종하여 함께 동역하는 것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교사 생활이 오래 되다 보니 처음에 가진 동역의 약속을 잊고, 하루아침에 모든 연락과 지원을 끊어 버리는 교회들과 지체들을 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에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 저희는 그런 일에서도 자유로운 마음입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명령이고, 하나님이 주체이시며 저희는 순종하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보내는 자와 가는 자가 한 마음으로 동역하며 주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선교의 장을 열기를 소원합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약 2달 정도 후면 이곳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거쳐 태국 선교지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수지는 이곳에 혼자 남아 대학교 생활을 하게 되고, 원지와 저희 부부는 다시 선교지에 복귀하는 모든 과정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안식년 동안 선교지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잘 깨닫고 순종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안과 기쁨이 넘치는 부활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샬롬.
2007년 4월 3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빚진 자
김태민, 이민영, 수지, 원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