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혁/조은주 선교사(러시아-모스크바)

주님의 이름으로 모스크바에서 문안인사를 드립니다.
2~3주 전까지만 해도 눈발이 날리며 만년 겨울일 것 같던 러시아도 이제는 완연한 여름입니다. 세계적인 기상이변 탓인지 봄은 건너뛰고 바로 여름이 온 것 같습니다. 영상 30도를 오가는 날씨 탓에 많은 모스크비치(모스크바사람들을 일컫는 말)들은 가까운 시내의 분수대나 집 근처의 인공호수, 모스크바 강 등으로 뛰어들어 때 이른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언어훈련을 하면서 처음에는 딱딱하기만 하던 러시아 사람들이 이제는 대화가 조금은 돼서 그런지 친절하게 다가서는 느낌도 들고, 표정들도 사뭇 밝아진 듯 합니다. 순간순간 이곳 사람들의 불친절함이나 차가움에 고개를 젓고 부정적인 단어들이 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마다 이 나라를 품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발을 내딛기는 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음을 실감하며 회개하곤 합니다.

주일마다 이곳저곳의 러시아교회를 가보면서 부흥하지 않는 교회들의 모습과 목회자들의 모습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의 성도들은 그저 과거의 관행대로 습관적으로 예배당을 찾는 정도이고, 성경이 없는 탓에 그저 사제들의 말만 듣는, 한마디로 과거 종교개혁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참된 진리의 말씀을 접하지 못하는 등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없게 되어있는 탓에 은밀하게 접근하고 그저 중보기도에 매달리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칠 때도 되었건만 하나님 한 분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사역하시는 일부 말없는 선배 선교사님들과 수입이 없는 탓에 다른 일을 하면서 주일에 교회를 섬겨야 하는 현지 목사님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아는 특권을 얻어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러시아 성도들의 모습 속에서 은혜를 받습니다.

이제 언어훈련도 1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가 없어 보이는 러시아어 때문에 실망과 좌절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러시아 속담에 “뽀즈나 루쉐 쳄 니까그다!”(поздно Лучше, чем никогда! : 늦어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에 위로를 받고,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으며,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저희 가정을 위해 후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중보가 있기에 매 순간순간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나 발걸음을 학교로 옮깁니다.

아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되는 선교사 자녀학교에서 이제는 잘 적응하고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합니다. 아내의 경피증은 겉보기에는 차도는 없어 보이나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완전하게 치료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모스크바에서 CIS 대회가 있고, 터키에서 GMP 리트릿이 있는 등 행사들로 많이 바쁠 듯 합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하나님 일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가정에서 매일 드려지는 가정예배에 여러분들의 기도제목을 알려주시면 열심히 중보기도 하겠습니다.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가족의 기도제목을 나누겠습니다.

1.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 일에 충성을 다하기를 소망합니다.
2. 러시아의 진정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해 부탁드립니다.
3. 마음껏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속히 오기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4. 고국에 계시는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언어에 기름 부으심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6. 매일 드려지는 가정 제단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도합니다.
7. 저희 가족 모두의 건강(특히 아내 조은주 선교사의 자기면역 질환에 따른
  국소성 경피증의 신속한 치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7. 5. 22. 모스크바에서 공혁/조은주/민/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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