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
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깊으면
먼저 무릎을 꿇고
찬란한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무릎’)
작년에 저희가 MK선교사로서의 길을 준비하며 훈련받을 때 대선배이신 선교사님이 보내주신 시입니다. 늘 무릎을 꿇고 기도하여 낙타무릎이 되었다는 야고보 사도가 생각납니다.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그 간의 메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소식을 드리지 못했더군요. 죄송합니다. 잔 일 많은 사역특성 때문인지, 사회에서의 일중독 후유증인지 모를 저를 보고 아내는 성격 탓이라고 합니다.
편지를 쓰며 잠깐 별들이 쏟아내는 시원한 빛을 마시고 싶었지만 마침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따가운 볕에 달궈진 대지가 토하는 해갈의 감탄사같은 서늘한 바람이 숨결처럼 귓가를 스칩니다.
한국도 무더위로 고생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3-4월의 뜨거운 건기를 지나고 6월이면 우기가 시작되지만 이상기온으로 인해 비가 드물게 되었습니다. 두 달 동안 비온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 입니다.
1.태국 온 지 일주년
엊그제 17일은 저희가 이곳에 온지 1년 되는 날입니다. 오붓하게 치앙마이대학 옆의 작은 식당에서 점심외식을 즐기고 왔습니다. 똠얌꿍 이라는 태국의 찌개에다 카오팟(볶음밥)과 팟타이(볶음국수)를 시켜 함께 먹었습니다. 주헌이는 김치찌개 맛과 비슷한 똠얌꿍 맛에 반했습니다. 저희 부부도 똠얌꿍처럼 매운 맛, 새콤한 맛, 단 맛, 고소한 맛이 나는 태국 사람들에게 정이 가게 되었습니다.
사역 특성상 태국 사람들과 많이 접할 기회라고는 시장에서 먹거리를 살 때가 고작이지만 태국, 특히 치앙마이의 사람들의 순박함은 똠얌꿍의 코코넛과 새우 맛처럼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또한 이들의 강인함과 인내심은 똠얌꿍의 생강과 풀뿌리 맛처럼 매콤합니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지혜로움은 똠얌꿍 라임의 신맛처럼 인간에 대한 매력을 되살립니다. 그리고 똠얌꿍의 단맛처럼 어디에서 우러나오는지 모를 맛은 치앙마이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2.새내기 맞이 준비
이제 다음 달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그동안 준비해온 새 입주생들이 들어옵니다.
저희 호스텔은 둥지로 불립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작은 새라는 뜻의 버디(Birdie)로 불립니다. 이에 걸맞게 지난 몇 달 동안 참새같이 생긴 작은 새들이 집 앞 망고나무에 두 개의 둥지를 틀었습니다. 둥지 안에 한 가족들이 함께 사는지 댓 마리가 차례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동안 이곳 둥지에 새로 입주하는 아이들을 선발하고 준비할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부터 남,여학생들이 함께 지내게 되어 많은 부분에서 세심함이 필요하였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남학생 다섯 명이 있고, 저희 딸 주영이는 대학 기숙사에서 있으면서 주말에만 와서 함께 지내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여학생 세 명과 남학생 한 명이 더 늘어나 거의 두 배의 인원이 되어 식탁과 침대, 공부방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학을 시작하면서 남학생용 화장실 네 칸을 뒷 베란다에 내어 짓는 공사를 하고 집기들도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기이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것을 보며 과연 이 일이 사람의 일이 아닌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둥지 차량(프레지오) 구입 때와 화장실 공사에서 그랬듯 이제 침대와 집기들을 들여 놓으면서 또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계획과 계산으로는 알 수 없고 불확실하던 것들이 이루어져 가는 것을 보며 이 아이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풍성함을 알게 됩니다.
저희는 이런 하나님의 역사가 바로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의 손을 통해 이루어져 가는 것을 증언합니다. 어려움 속에도 두 손을 모으는 기도와 헌신적인 헌금들이 모여 지금의 이 둥지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이런 비밀스런 헌신들이 합력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바울 사도는 고난 중에 믿음을 지키던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저의 선배 선교사님은 그래서 선교사란 자신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역사의 증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3.지구촌교회 단기팀과 함께
지난 2일부터 7일은 지구촌교회의 팀이 와서 단기 사역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방학이라 그 분들이 호스텔에 묵고, 저희도 처음으로 함께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나이드신 장로님 내외분부터 목사님과 집사님, 어린 초등학생 자매까지 연령과 직업, 개성이 다양한 20명의 팀이었습니다. 이 팀과 함께 현지 학교와 산족마을의 교회들을 돌며 모든 민족이 은혜의 보좌 앞에 나오길 원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제 속에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 선교사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단기팀들이 올 때 마다 문화체험과 한국요리 강습을 해 오셨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학교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태국의 어린 영혼들에게 복음을 뿌릴 수 있는 좋은 토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단기 선교팀은 단회적인 사역이지만 현지 선교사와 긴밀히 협력하여 장기적 시각에 맞춰 준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현지의 장기적 선교사역에 동참하고 일관성을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호스텔 사역도 이렇게 되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저희는 초기 사역자로서 역할을 감당하지만 나중에 오는 대리 부모께서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잘 준비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희 호스텔 사역을 위해서도 유익한 체험이었습니다.
지난 기도편지에서 부탁드린 내용들이 모두 응답되었습니다.
1. 소형픽업트럭을 사서 개조하려던 것이 프레지오 중고차를 싸게 구입하여 해결되었습니다.
2. 5명 중 2명이 All A를 받고 또 한 명은 최우등상을 받아 한 학년을 점프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 공부하던 아이들이 학업에서 진보를 나타냄에 감사합니다.
3. 이경미 선교사의 건강이 염려되었지만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피로와 수인성 감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방광염으로 밝혀졌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고 깨끗이 나았습니다.
4. 단기교사로 수고하신 오은숙 선생님의 수고로 싸이월드에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통로를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홈페이지는 싸이월드- 클럽- 치앙마이둥지 http://club.cyworld.com/chiangmai-nest 입니다.
5. 화장실 증설과 좋은 세탁기를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둥지
기도제목
이번에도 둥지의 새로운 기도제목들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또 신실하게 응답하실 것을 믿습니다.
1. 치앙마이둥지에 새로 입주할 4명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비자와 입주 수속을 잘 준비하도록
2.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을 선생님을 둥지에 보내주시도록
3. 숙제에 필요한 컴퓨터와 공부방에 방음 공사할 재정을 주시도록
4. 한국과 해외에 한국MK를 품는 헌신자들과 교회들이 계속 세워지도록(Home Parents, 단기교사, MK학교 교사)
이곳을 위해 기도를 쉬지 않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고 가는 소식들이 늘 아름답고 감사한 소식들로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치앙마이둥지에서
김강형/이경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