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주/김현숙 [러시아]

사랑하는 분들에게
연해주도 예년과 달리 올 여름철은 많이도 더웠습니다. 한국에서 지냈던 날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덮고 넉넉한 햇빛과 비 덕분에 드넓은 시베리아의 초원은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시장 모퉁이에 농촌아낙들의 바구니에 담겨진 과일들이 올해는 먹음직하게 보였습니다(야생과일과 같음). 세계가 이상 기온현상으로 많이 걱정들을 하지만 시베리아 땅은 기회로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요즈음 연해주에 땅을 사겠다고 많이들 오고 있어 영사관에서 주의를 부탁했더군요.

풍성했던 여름사역들
자연의 풍성함 만큼 영적인 여름의 축복도 넉넉함이 있었습니다. 유월 마지막 주간에 우수리스크 비블리야쩨르꼬비(성서교회)에서 있었던 청소년수련회는 이전보다 더 알찼던 은혜의 도가니였습니다. 예전에는 선교사들과 한국의 강사, 도우미를 의존하다보니 진행상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현지체제로 전환하고 스스로 진행하도록 선교사들은 돕는데 주력하였습니다.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주님은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선교의 방향과 선교사가 도와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한 것 같습니다.
올해도 방학과 휴가를 맞이하여 여러분들이 연해주를 방문하여 섬겨주었습니다. 겹치기도 하고 너무 많은 분들이 지원하여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느헤미야서를 주제로 무너진 성벽을 수축하듯 어린 영혼들을 어루만져주었던 남서울은혜단기팀, 아직도 벽에 붙어 있는 흔적이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려인들을 섬기고 문화교류를 하겠다고 방문했던 서울여대생들 집에서는 해보지 않았을 일들인데 밭에 나가 김매고 땅도 파는 열정들 그리고 겁 없이 낯선 곳을 나들이 하다 길 잃고 헤매던 중 예기치 않게 만났던 때 너무 반가워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더위가 몹시 기승을 부리던 7월 마지막 주간에 의료사역을 위해 58명이 방문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지만 주님은 어느 때 보다 아름다움으로 장식해주었지요. 금요일까지 시장 결재가 나지 않아 가슴조리며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극적으로 만남과 그 자리에서 승인이 났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선교현장은 한순간도 기도 없이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잠시 고국에 다녀왔습니다.
8월 마지막 주간에 소련선교회가 주최하는 지도자 교육에 참석한 지역 현지인들 4명과 통역부부를 인솔하여 한 주간 서울과 강원 영동지역을 돌아보았습니다. 배편으로 떠나던 날 풍랑으로 배가 정박을 하지 못하여 여관을 알아보라는 소리를 듣고, 풍랑을 잠잠케 하셨던 주님께 호소했을 때, 배가 들어온다는 소리는 어찌나 신기하게 들리든지…
선교관에서 공동생활하며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며 삶을 나누었던 시간은 현지에서 누리지 못한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파송교회와 개척선교회(GMP)본부방문, 선교훈련원(GMTC), 농촌목회연구원을 방문하여 선교사가 보내지기까지 지원하고 기도하는 과정들을 보게 되어 현지인들이 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섬겼던 노곡교회에 들러 성도들과 교제했던 시간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현지 사역자가 세워졌습니다.
한동안 현지 사역자 없이 고군분투했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온 고려인 형제가 저희와 합류하여 동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 라지온 목사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신학을 했고 군 특수부대장교 출신으로 복음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몇 년부터 그를 지켜보았고 함께 동역했으면 좋겠다며 기도했는데 어느 날 제게 찾아와 돕고 싶다고 제의를 하기에 주의 인도임을 알고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지역교회와 저희 사역에 전담할 수 있도록 후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아들(10세)이 이사 가면 태권도를 할 수 없다며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어 주께서 빠른 시일 내에 태권도 사역을 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 지원 단체에 태권도 및 한글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지원 성격이 달라 무산되었습니다. 저희에게 건물과 사람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시설 재정이 없어 시행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수님의 병참이 필요해요.
고국의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파급이 선교지에도 곧 닥칠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후원이 줄어들어 힘든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사역을 위해 하나님의 필요와 공급하심이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 부탁합니다.
1. 사역에 필요한 안정적인 후원금이 채워지도록
2. 태권도와 한글교실 운영을 위한 재원이 마련되도록
3. 현지 사역자 라지온 목사와 아름다운 동역을 위해
4. 은혜교회와 지역 가정교회를 위해
5. 영주권 신청 잘 받아들여져 예정대로 나오도록
6. 주께서 주신 건물이 필요적절하게 사용되어지도록
7. 세은이 진로를 위해(고입검정고시 취득 후 현지 대학에 진학할 계획)

러시아 연해주에서
송병주/김현숙 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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