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정인혜 [알바니아]

사랑하는 분들께,
한국은 요즘 늦가을 날씨답게 많이 춥고 쌀쌀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곳 알바니아는 오히려 저희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날씨가 더 따뜻하고, 한낮엔 햇살이 따가울 정도입니다. 예년과 다른 이상기온 현상이라고 하는데, 한창 이곳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저희들에겐 참 고마운 날씨입니다. 하나님이 저희를 위해서 특별히 날씨까지 좋게 해주시나 보다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마음껏 햇살을 누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알바니아에 왔습니다!
여러 분들의 많은 기도와 격려를 힘입어 지난 9월 24일 밤 11시에 알바니아 티라나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저희를 마중 나온 김용기, 김미숙 선교사님과 쉬프레사 교회 형제, 자매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저희가 정말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알바니아로 오라는 선교사님의 요청을 받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한 후, 지난 1년간의 준비과정들을 돌아보면서 저희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하나님의 은혜이며, 당신께서 친히 길을 여시고 인도하셨기 때문이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살 박이 둘째 형민이가 식사 때마다 “예수님, 우리가 알바니아에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저희 가정을 이곳에 오게 하신 하나님,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저희는 도착 다음날부터 김용기 선교사님이 미리 알아봐 두신 집으로 들어가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정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십여 년 전, 초기 알바니아 선교를 개척하던 선배 선교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은 현지 상황을 잘 알고 계신 그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저희가 얼마나 쉽게 정착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선교사는 10월부터 언어학원에 등록하여 알바니아어를 정식으로 배우고 있고, 수업이 없는 날엔 쉬프레사 교회에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는 또니 형제에게 기타와 음악을 가르쳐주며 언어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형석이도 선교사자녀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말이 통하지 않아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를 썼지만 지금은 적응하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저희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시는 것을 깊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알바니아는 97년 내전 이후로 경제적으로 더 활기를 띄게 되었다고 하는데, 곳곳에 대형마트도 생기고, 길거리에도 고급차들도 곧잘 눈에 뜨입니다. 한국과 같이 아침 일찍부터 학교와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하루에 몇 번씩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아니라면 이 나라가 이슬람 국가인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옷차림이 화려합니다. 집 근처에 있는 구멍가게나 재래시장에서 쉽게 빵과 과일 야채 등을 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생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공산품이나 수입에 의존하는 물품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생활비가 꽤 많이 드는 형편입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보낸 짐을 찾는 과정에서 관련법이 바뀌었다며 엄청난 세금을 매기는 바람에 잠시 어려운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이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끼아또’ 마시기
저희들에게 이곳 생활이 한국과 다른 한 가지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한참 일을 해야 하는 오전에도 까페의 파라솔 아래에 앉아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오래동안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효과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생활에 익숙하던 저희들에게 이런 모습이 처음엔 참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사역을 잘 하려면 눈에 보이는 열매를 빨리 얻기 위해 급하게 달려가기보다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잘 보고 따라갈 줄 아는 믿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커피에 크림을 약간 넣은 진한 커피입니다. 작은 잔에 진하게 담긴 마끼아또를 마시면서, 항상 뭔가 더 큰 그릇이 되길 바라는 나 자신을 내려놓고, 비록 작은 잔이지만 진한 맛과 향기를 담은 것처럼 부족한 내 안에도 예수님만 온전히 담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영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제 곧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네요. 이 가을에 주님이 기뻐하시는 열매가 우리 삶에 풍성하길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또 연락드릴 때까지 추운 날씨에 강건하시길 빕니다.
                                                    
                                                       2008. 11. 6
                                    티라나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 드림

* 기도 제목
1. 날마다 온가족이 말씀과 기도로 무장되어 성령충만할 수 있도록
2. 언어공부에 지혜를 주시고,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3. 김용기/김미숙 선교사님 가정과 좋은 팀웍을 이루도록
4. 쉬프레사 교회 리더들(알따, 또니, 네띨라, 리베르따, 비론)과 청년들이 말씀으로 잘 양육받고, 비전있는 주의 일꾼으로 성장하도록
5. 쉬프레사 교회 건축이 잘 마무리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계획대로 아름답게 사용되도록
6. 파송교회(영화교회)를 축복해 주시고, 목사님과 성도님들에게 충만한 은혜를 부어주시도록
7. 협력 선교사로 지원한 교회들이 연말 심의를 통해 선한 응답을 주시도록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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