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 [대만]

이사하기 4일 전부터 입주할 집의 구석구석 두텁게 눌러앉은 먼지를 집요하게 닦고 또 닦았습니다. 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 하늘색이며, 건물, 사람들의 표정, 숨 쉬는 공기마저 온통 잿빛이었던 것을 기억하며 이곳의 영적 어두움을 닦아내는 심정으로 열심히 걸레질을 했습니다. ^^;;

샬롬!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네요. 저는 동역자님들의 사랑과 기도로 정말 간증꺼리가 많아진 초임선교사가 되었습니다. 이전에 맛보지 못한 가장 큰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하시던 주님의 말씀을 자고 눈을 뜰 때마다 실감합니다. 할렐루야!
대만을 품고, 파송서류를 준비하고, 파송을 받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경제마저 흔들리는 시기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제게 하나님은 많은 약속의 말씀을 주셨고, 저 또한 참 많은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내가 하나님께 이렇게까지 아기였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세심하게 배려해주셔서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믿지 않는 새 친구들에겐 행복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제 이런 함량미달의 감사와 자랑 뒤엔 묵묵히 기도와 물질로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동역자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주님, 저 어떡해요? 저는 갚을 방법이 없는데 저 어떻게 하나요?’ 제가 두려움으로 떨면서 하나님께 징징거릴 때는 바로 동역자님들을 생각할 때입니다. 늘 감사하고, 주께서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화분 두 개를 샀습니다. 늘 아버지 소맷자락을 붙들고 졸졸 따라다니며 그 생명수를 마셔온 제가 이제 어딘가로 그 생명을 흘려보내고 싶어졌습니다. 비록 화분 두 개로 시작하지만 이 생명들이 제게서 잘 자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 정도 여유라면 정착을 꽤 잘한 것이겠지요? *^^*

사역팀에 의해 2006년 1월에 개척된 만방교회에는 주일 출석 성인이 스물 예닐곱 정도 되고, 아이들이 오륙 명 정도 됩니다. 저는 말도 못하는, 아이만도 못한 존재라 ^^ (실제로 제가 못 알아듣는다고 어떤 녀석들은 살짝 놀리곤 해요 ^^) 주로 기도 담당입니다. 부족한 저를 기도하는 자로 세워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교회에 청년이 전혀 없어서 이를 두고 기도하는 중에, 제가 다니는 언어학교를 (봉갑대학) 두고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해서 학교를 돌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엔가 그곳을 함께 돌며 기도 할 사람이 한 명이 생기고, 두 명이 생기고, 열 명, 백 명… 타이쫑과 대만땅과 열방을 품을 자들이 강같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요즘 뜬금없는 기도제목이 생겼습니다. 대만 가정에 부엌을 회복 시켜주십사하구요. 생뚱맞게 왠 부엌이냐구요? 교회에 쑨형제라고 큰 설계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분이 계세요. 크리스마스 주일 아침에 맥도날드 햄버거와 콜라를 들고 나타나서 화분 뒤에 숨겨두고 드시면서 예배준비를 하시더라구요. 부인이랑 싸웠나했어요. 이게 그냥 대만문화래요. 그런데 이번 주일에 또 샌드위치와 두유를 사들고 와서 교회구석에서 드시는데 제 마음이 상하더라구요. 사회적 지위와 체면, 연세까지 있으신 분이… 대만에는 부엌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아주 많습니다. 새삼 남의 나라 부엌문화가 제게 아픔이 되는 것은 무너진 모성과 권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수고, 함께 식사함으로써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형성하고 시간과 공간, 일상을 나눌 수 있고, 먹는 즐거움도 나눌 수 있고, 음식이 되는 동안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 등등… 불편함이 싫어서 각자 나가서 알아서 식사를 해결하고,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 역할이 필요 없으니 모든 여성은 남편과 똑같이 돈을 벌어야하고, 각자 생활비만 내고 알아서 자기돈 쓰면 되고, 집은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놀랍게도 쓰레기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평등이란 이름으로 남편의 권위는 없어지고… 주님은 한 가정의 가장을 통해 그 가정에 영육의 축복을 주신다는데 가장도 없고, 가정을 돌볼 아내도 어머니도 없다면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실거예요. 성령의 바람이 미국을 지나서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며칠 전 새벽기도 때 세계경제의 강자로 중국을 세우시는 주님의 계획을 깨달으면서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론 주님의 때에 대만 중국인들도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부지런히 세워야겠구나 하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이들이 주님께 쓰임 받기 위해서는 온 세상에 건강한 본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영육의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됐고, 그 일환으로 저는 대만의 부엌의 회복을 두고 기도하는 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

간략하게나마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이곳 사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1. 음력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사람들이 거리에서 종이돈을 태우느라 온통 잿가루들이 날리고, 시도 때도 없이 폭죽을 터뜨리며, 집에는 망토를 뒤집어쓴 인형이나 삼국지를 연상케 하는 수염달린 인형들을 세워놓고 초와 향을 태웁니다. 그리고 골목골목 불교사찰들이 들어서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영적인 어둠이 하루 속히 걷히고 주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제게 영력(성령충만), 지력(언어를 잘 익히고, 말씀을 깊이 깨달음), 체력, 어미의 마음을 주셔서 맡겨진 일 잘 감당하고, 나눌 것 있는 인생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3. 언어학교를 오가는데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인도조차 없는 오토바이 무법천지인 나라라 너무나 위험합니다. 안전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4. 만방교회의 부흥과 교인들의 영적성장을 위해, 전순흥 목사님과 사모님의 성령충만을 위해, 그리고 봉갑대학 내에 기도와 예배, 성경공부 모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5. 대만의 부엌의 기능과 모성이 회복되고, 무너진 가정들이 회복되며, 가장의 권위가 세워지도록 기도해주세요.
6. 제 언어반에 지도자급의 영국인 라마불교승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센터에 한국인이 꽤 많은데 저를 포함한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호와 증인 선교사(? 자칭)입니다. 이들의 지력과 입을 막으셔서 언어를 배울 수도, 말할 수도 없게 하셔서 포교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게 하시고, 종국에는 그 종교를 버리고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7. 어머니가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주 안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올케가 영적으로 성숙해서 믿음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조카들이 영육이 강건하게 자라가도록 기도해주세요.
8. 파송교회와 도움을 주시는 교회, 선교단체, 후원자들을 위에 주의 손이 함께 하셔서 형통의 복을 허락해 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마 1:1-17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이곳에 올려진 많은 이름의 사람들을 거쳐 주님은 이미 오셨지만,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그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자로 하늘나라 족보에 우리의 이름이 올려진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생각해봅니다. 대만과 그들을 통해 일하시는 주님의 동역자, 그리고 부족한 저의 동역자가 되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평안과 영육의 강건함을 기원하며 대만의 타이쫑에서
문선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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