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세계경제에도, 각 가정에도, 그리고 우리 각 사람에게도 주님의 은혜의 봄이 풍성하기를 바래봅니다.
어제 저녁에는 언어시험 준비를 하다말고 소파에 기대어 대만에서 보낸 지난 4개월의 시간을 떠올려봤습니다. 참 많은 감사꺼리가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깊은 감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싯귀를 떠올리면서 부끄러웠습니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돌아보니 저는 사랑하기 위해 대만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전쟁을 하러온 사람처럼 살고 있더라구요. 몇 집 건너 하나씩 위치한 사당들,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우상을 차려둔 빨간 불빛들, 거리에는 종이돈을 태우는 사람들, 밤낮없이 터지는 폭죽소리, 언어학교에 바글바글한 라마승들과 한국인 여호와의 증인들, 아무 곳에서나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들, 날마다 인사를 해대는 처음 보는 중국어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가 먹힐까봐 눈을 부릅뜨고 살아왔더라구요 ^^;; 나를 믿고 보내신 주님과 교회, 후원자들을 생각하며 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월 말에 오랫동안 벼르던 ‘루강’이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마쭈 여신상(해양수호신)이 있는 곳으로 대만 각처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입니다. 루강으로 향하는 버스에는 기사님 외에 두어 사람 밖에 없어서 마음먹고 기도에 돌입했습니다. 그곳은 작은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신전처럼 들어앉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에 마침 종교행사가 진행 되고 있었습니다. 성인 남녀들이 흰 옷을 입고 줄을 서서 춤을 추고, 깃발을 흔들며, 우상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었고 텐허후궁 한가운데 대형 향로에서는 연기가 하늘을 가리울 기세로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간 후 신전으로 들어가 마쭈상 앞에 섰습니다.
사납고, 사악한 요부의 표정을 기대하며 노려봤는데… 허 웃음이 났습니다. 둥글넙적 약간은 순박해 보이기까지하는 아줌마상이 바나나며 파인애플이 차려진 상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순간 풍요와 다산의 신인 아스다롯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그 여신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독 돈과 복에 집착하는 대만인들에게 마쭈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아스다롯이 참 그럴싸한 신으로 여겨지겠다 싶었습니다. 지도 한 장 들고 그 도시를 무작정 돌며 기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전 앞만 북적일 뿐 그 외의 지역은 생업이 거의 죽다시피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고,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생수의 근원되신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스스로 터진 웅덩이를 판 자들의 슬픔을 보았습니다.
지난 2월 말 언어학교에서 1단계 과정을 마치고 3월 초 2단계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필수과목의 모든 시험에서 100점을 받는 이 학생이(제가 이렇게 알려져 있지요 ^^) 요즘은 은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시험 잘 치는 만큼 말도 잘 하고 싶은데… 고작 3개월 공부한 제가 욕심인 줄은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급해지네요. 인내가 가장 좋은 자세일텐데… 7배의 지력을 달라고 더 욕심내서 기도합니다. ^^
만방교회에는 최근 새로 온 교인들로 인해 식사시간이 부쩍 활기차게(?) 느껴집니다 *^^* 지난주에는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차오그의 동생분이 30년간 정신병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얼마 전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사람 사는 일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교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델이 될 만한 가정이 별루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대만의 단면이겠지요… 정신병을 가진 가족들이 있는 가정 (심지어 어떤 가정은 두 명의 정신병 환자가 있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혼 가정, 별거 가정, 동거 가정, 할머니 손에서 크고 있는 고아나 다름없는 아이, 불치병을 가진 가족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가정들… 이들의 영육이 더욱 강건해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봉갑대학에는 새학기를 맞으면서 한국에서 여호와의 증인들이 대거 몰려왔습니다. 중년의 부부들도 있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하도 많이 와서 이젠 정말 여호와의 증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여호와의 증인 왕국 건물이 봉갑대학 근처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혹은 오후마다 전도를 다닌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단이 부쩍 날뛰는 걸 보면 대만이 정말 영적으로 도약할 시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0년 쯤 전에 봉갑대학에 1000명 정도의 기독교인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는 말을 듣고 이들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어디에서도 이들을 찾을 수는 없었고, 단지 ‘지아회‘ 라는 초극단주의 지향의 모임만이 학교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낙심과 도전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더 많은 기도를 심어야 싹을 보고 열매를 딸 수 있으려나 봅니다.
에피소드 1
나 : 난 기독교 선교사야.
영국인 라마승 : 그래? 정말 잘 왔어. 환영해! 이 나라엔 미신이 너무 많아. 우리가 이들을 도와줘야해.
나 : 묵묵부답…
에피소드 2
여호와의 증인 : 언어 하기 어때요?
나 : 글쎄요… 읽고 쓰는 것보다 말하기가 부족해서 마음만 조급해지네요.
여호와의 증인 : 어머, 안타까워라. 우리는 날마다 집회가 있어서 3개월 지나니까 귀가 확~뚫리던데. 어머, 정말 안타깝네요.
나 : 묵묵부답 (속으로 ‘왜 같이 몰몬으로 갈까? 그긴 6개월이면 언어 통달한다던데’ -.,-)
이곳의 여러 가지 사정을 이번에도 기도제목을 통해서 나누고 싶습니다.
1. 대만 기독교인들에게 회개와 거룩의 영을 부으시고, 대만 문화와 세계관을 뛰어넘어 주님의 말씀 앞에 겸손히 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대만에 주 아는 지식이 강같이 흐르고, 주를 경외하는 영적 지도자들과 청년들이 세워지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제게 영력 (성령충만, 강력한 기도의 능력), 지력 (7배의 언어진보), 심력 (건강한 마음), 체력, 어미의 마음을 부어주셔서 맡겨진 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4. 만방교회의 부흥, 교인들의 영육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전순흥 목사님과 사모님의 성령충만을 위해, 그리고 봉갑대학 내에 건강한 기독교학생회가 생겨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5. 만방교회에서 9월부터 ‘방과후학교’를 시작합니다. 지역의 학교에서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배당 받아 학교가 끝난 후 모아서 공부를 도와주고 여러 가지 특별활동을 통해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만방교회에는 청년과 아이들이 없습니다.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장차 교회의 큰 일군이 되고, 세계선교의 동역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특히 교회의 어른들이 정말 부모 된 심정으로 이들을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고, 이 사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6. 언어센터에 있는 라마승들과 여호와 증인들의 지력과 입을 막으셔서 언어를 배울 수도, 말할 수도 없게 하셔서 포교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게 하시고, 종국에는 그 종교를 버리고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7. 4개월의 체류기간이 지나면 외국인 거류증을 만들 수 있는데 순적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날이 점점 더워져서 더 이상 자전거로 다니기가 불가능해요. 싸고, 상태가 좋은 오토바이를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8. 만남의 복을 허락하셔서 좋은 선생님, 좋은 학교친구, 좋은 대만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 록 기도해주세요. 특히 언어 연습을 도와줄 좋은 대만인친구를 만날 수 있기 원합니다.
9. 어머니가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주 안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이 속히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올케가 영적으로 성숙해서 믿음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조카들이 영육이 강건하게 자라가도록 기도해주세요.
10.파송교회, 도움을 주시는 교회들과 기관, 후원자들을 위에 주의 손이 함께 하셔서 형통 의 복을 허락해 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어느 분이 자기는 중국이 체질인가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사이 부쩍 주변의 대만인들이 대만에 많이 적응했냐고 묻습니다. 회심의 미소를 띄고 대답합니다. “나는 대만이 체질이야. 올 때부터 적응돼있었어. *^^*”
문선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