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조영/홍정희 [알바니아]

“일루리곤에 복음이 편만하기까지” 로마서 15:19
(일루리곤은 알바니아의 옛 지명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도편지를 보낸 것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반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에 안식년을 들어온 지도 4개월이 됐습니다. 안식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 명확히 계획이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저의 안식년 기간 동안 인도하신 하나님의 고백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보름, 그리고 미국으로
1월 15일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친가와 처가에 인사를 드리고 모처럼 설날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가장 수지 맞은 것은 아이들이에요. 그 동안 밀린 세뱃돈까지 두둑이 받은 녀석들은 뭘 살까 하다가 나중을 생각해서 노트북 컴퓨터를 아빠 엄마 돈까지 합해서 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원에서 목사님 한 분이 안식년을 가시면서 우리 가정이 그 집에 살도록 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언제나 놀라고 감사드립니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외갓집에 맡기고 바로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의 후원교회를 방문하면서 알바니아에서 우리가 누린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역시 은혜는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만남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높이는 것으로 누리는 기쁨은 정말 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동안 안식년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알바니아에서도 기도했지만 미국에 머무는 동안 더 구체적인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미국 의사면허 시험 공부를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고생스러울 것 같아 망설여 졌습니다. 저도 이제 40줄에 접어들었는데 선교지에서 돌아온 안식년에도 공부하느라, 그것도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수련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될까?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다른 생각들을 열어주셨습니다.
먼저 안식년은 단순히 몸을 쉬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의사로서 뒤떨어진 정보와 지식을 재충전하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것 만큼 진짜 꾀 안 부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길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둘째는 제가 첫 사역기간 동안 알바니아에 있는 의료적 필요를 본 것입니다. 제가 전공한 내과도 아직 많은 필요가 있지만 그래도 기본의학부문은 빠르게 환경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활의학영역에서는 아직 전문의도 전무하며 반면에 그 수많은 장애인들은 사회도, 가정도 돌볼 방법을 몰라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내가 미국에서 재활의학을 공부하고 수련 받는다면 좋은 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아무리 좋더라도 힘들고 고단한 길이 될 것입니다. 공부도 그렇고 40이 훌쩍 넘는 나이에 다시 수련을 받는다면 잘 견딜 수 있을까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생스러운 길이지만 제가 그 길을 간다면 나는 그것을 네가 삶으로 드리는 예배로 기쁘게 받겠다. 그리고 네가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너를 좀 더 잘 준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저는 쉽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지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미국의사 시험을 보기로 마음을 먹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보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이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시험은 3단계 총 4차례 보아야 하며 안식년 안에 모두 마치기는 무리라는 것 등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처음 두 차례 시험까지를 이번 안식년에 보고 알바니아로 돌아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하고 지금은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처음 다녀보는 한국학교에서 적응하느라 애 먹다가 이제는 많이 적응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책을 많이 읽게 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관계로 , 아내가 아이들 교육에 열의를 갖고 지도하고 있고, 아내도 영어공부하며, 아이들 돌보며 나름, 수험생인 저의 뒷바라지에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바쁘고 정신없이 공부하는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는 하나님께 삶으로 예배하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하나님께서 매일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실패와 깨달음을 통해 저에게 하나님을 더욱 크고 확실하게 나타내십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제게 너무 큰 행복입니다.
수험생 최조영을 위해 기도로 응원해 주세요. 버스, 지하철 타고 학원 왕복 시간만 3시간에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것이 영락없는 고 3입니다.
아직 찾아 뵙고 인사 드리지 못한 한국의 후원교회들과 후원자 여러분께 너무 뒤늦은 소식을 전한 점 죄송스럽습니다. 첫 번째 시험 끝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과 기도노트에서 여러분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 은혜와 능력의 크심을 오늘도 경험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어려움도 그분이 우리를 복 주시는 방법임을 깨닫는 은혜가 있기를 구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아무 것도 두렵거나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우리를 자녀 삼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009년 5월 13일
한국, 수원에서  최조영, 홍정희, 기성, 사랑

About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