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태/육광숙 [세네갈]

    ‘…… 지금 차 밖의 온도는 45도이다. 내 땀구멍이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내 몸의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도 내 손등에는 단 한 점의 땀방울도 맺혀있지 않다. 너무나 뽀송뽀송하다. 그 이유는 건조하고 더운 바람이 피부와 안구를 너무나 뽀송하게 말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어컨이 없는 차인데도 불구하고, 차문을 활짝 열고 달릴 수가 없다. 이제 겨우 7시간 정도 밖에 달리지 않았는데, 눈은 몇 일째 못자고 열심히 일한 사람처럼 빨갛게 충혈이 되어 따갑고 머리는 지끈거린다.
  약 700km에 이르는 긴 여행의 목적지인 마탐을 코앞에 둔 순간 차 안에서 폭탄이 터졌다. “퍽~~ 쫘아악~” 우리 모두는 순간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그것은 바로 더위를 이기지 못한 캔 콜라가 터지는 소리였다. 콜라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일 줄이야…….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져 버렸다. 시커먼 사하라 사막의 모래 먼지가 날아와 하늘을 온통 뒤덮어 버린 것이다. 영화 ‘십계’ 중에서 9번째로 등장하는 ‘흑암의 재앙’을 보는 듯 하다. 그 엄청난 모래 바람은 멀쩡한 집을 몇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집처럼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모래 바람이 지나간 후 ‘마탐’에 첫 비가 내렸다. 비록 소나기 정도였지만 달구어진 땅을 식혀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이틀 후 마탐 모임방에서 숙소로 걸어오던 중 조그마한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이틀 전에 내린 소나기로 생긴 것이다. 그런데 풀 한포기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메마른 땅에서 처음으로 파란 새싹을 그 물웅덩이에서 발견하였다.
  아무리 메마른 땅이라 할지라도, 물만 있으면 생명이 존재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지금은 비록 풀라니 종족 땅이 영적으로 메마른 땅 / 죽음의 땅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성령의 단비가 이 땅에 내리는 그날을 기대하며 끝까지 인내하며 살아가리라…….‘  
<2차 리서치(6월 10~15일) 기록 중에서 >

  여러분의 중보기도 덕분에 2차 리서치를 은혜 가운데 잘 다녀왔습니다. 3월에 1차 리서치를 다녀왔지만, 그 때는 세네갈에 막 도착한 후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재일 선임 선교사님이 안식년을 위해 세네갈을 떠나시기 전, 6월에 사역지를 돌아볼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가시는 길에 함께 동행하여 2차 리서치를 다녀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희 GMP 서부 아프리카 풀라니종족팀은 세네갈과 모리타니아를 나누는 국경선인 세네갈강을 따라 약 500Km에 걸쳐 흩어져 살아가는 풀라니 종족을 섬김의 주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GMP 풀라니종족팀은 세네갈강을 따라 ‘바켈’까지 내려가면서, 주요 마을을 리서치 하였습니다.
  그 여정 중 제가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보았던 곳이 바로 저희 가정이 섬길 ‘은둠’마을 이었습니다. 1차 리서치 때는 시간이 없어서 큰 도로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마을만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둠’마을 강가에서 세네갈 전통 카누를 타고 직접 강을 건너가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앞으로 사역할 주된 지역이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이 될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단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강 건너 마을은 훨씬 세네갈 전통 생활양식에 가깝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정이 많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막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강물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강물을 끌어 채소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카누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앞으로 내가 이 카누를 몇 번이나 타고 건너게 될까?’ 혼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선임선교사님이 10년간의 사역을 통해 복음의 열매를 거둔 ‘마탐’지역이었습니다. 그분이 10년간 사역하셨던 마을과 리더들을 방문하였고, 병환 중에 있는 성도의 집에 심방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임선교사님의 사역의 범위는 저를 놀라게 하였고, 그 열정과 헌신의 삶이 도전을 주었습니다. 저는 사역의 범위가 한국의 ‘면’단위 정도 일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한국의 ‘군’단위 정도에 가까운 넓은 지역을 홀로 직접 방문하여 전도하고 제자양육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또한 풀라니 종족의 문화와 삶의 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관계 전도 모델과 교회의 모델 그리고 종족 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가르쳐주셨고 지혜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비록 4개월밖에 안되었지만, 저희 가정은 빠르게 아프리카 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몬/다솜이가 불평하지 않고 매일 기쁘게 살아가 줘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세네갈 전통음식인 ‘쩨부젼’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아이들 학교 문제는 변수가 생겨 기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솜이는 이곳  카톨릭 현지학교에서 입학 통지서가 나왔는데, 시몬이는 입학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시몬이가 입학하지 못하게 되면 시몬/다솜이 모두 지금부터 ‘홈스쿨’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2년 후부터는 ‘은둠’ 마을에서 ‘홈스쿨’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됩니다. 하지만 현지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는 경험이 ‘은둠’마을에서 적응하고 현지 친구를 사귀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육광숙 선교사는 요즘 무리해서 그런지 허리에 다시 통증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한국처럼 치료받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건강의 어려움이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맞물려 영적인 부분까지 어려움을 줄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중보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기도제목
  1.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과 영적 충만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2. 7월 6일부터 5주간 프랑스어 특강 기간인데 언어의 진보가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이재일 선임 선교사님이 안식년 동안 하나님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고, 3기 사역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009년 7월 5일 서부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김재태/육광숙/시몬/다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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