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는 시간…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방 안 온도는 33도.
이런 저런 생각하며 잠을 청하다 문득 대만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대만 온 지 8개월. 그동안 한 번도 큰소리로 다투는 사람이나 화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무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이라도 낼 법도 한대… 오히려 저 혼자 투덜이가 됐던 적이 많습니다. 조폭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전신에 문신을 한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실제로 험한 상황을 본 적이 없어요. 시장엘 가보면 오토바이, 자전거, 걷는 사람, 심지어 반신불수의 사람을 휠체어에 태워 나온 사람들이 뒤엉켜 물건을 사고팝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하나하나 고르는 것조차 당연합니다. 심지어 방울토마토도 한 알 한 알 고릅니다. 중국인들의 느긋함과 관대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샬롬!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날마다 35도이다 보니 벌써 8월이라는 것도 잊고 지냈습니다. 한창 더울 때지요? 교회는 교구방학은 했을 테고. 여름성경학교, 수련회, 전도여행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후원자님들께 주님의 평강과 보호하심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분주함 속에서도 주님의 일하심과 세심한 사랑을 깨닫는 축복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어제 한국에 집중호우가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아시아 여러 나라가 태풍과 쓰나미의 공포 속에 요 며칠을 보내고 있지요. 사실 저는 지난주까지 태풍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풍을 기다리면 쓰나, 떽!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대만은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라 때로 태풍을 기다리곤 합니다. 면적상으로 따지면 울 나라인구의 2배다 보니 물이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물 오염도 심각합니다. 물이 부족해서 제한급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때 이기도 하고, 저도 태풍방학도 맞이하고 싶고 해서… 좁은 생각에 태풍을 기다렸는데… 이번에 태풍이 너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 터전을 잃고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지금도 실종자들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안타까움이 너무 큽니다. 하루 빨리 수재민들이 안정을 찾고 살아갈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최근 부흥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찬양예배가 살아나고, 아이들이 커가고, 청년들이 마음껏 주를 섬기는 교회를 위해 기도해오고 있는데, 최근 전문적인 연주자들이 속속 보강 되고 있고, 주일학교와 청소년, 청년부를 맡을 사람들의 윤곽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꾼이 준비 될 때 주님은 추수할 밭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곳 교회의 규모는 작지만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또 다시 교회가 되어 주의 나라를 이루어 가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저 또한 이곳 (비단 이 교회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어떠한 모습의 일꾼으로 서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주님과 사람이 쓸 수 있는 일꾼의 모습으로 서가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기독교학생회모임 형성을 위해 기도하기를 6개월 쯤, “하나님 제발 기독교인 얼굴이라도 좀 보게 해주세요.” 초극단주의 학생회모임을 제외하고, 사실 그때까지 기독교인 얼굴도 구경을 못한 터라 이렇게 궁시렁거렸더니 얼마 있지 않아 몇 명의 학생을 만났습니다. “학생회모임이 없나요? 그런가…” 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기독교인 2, 3명만 있어도 예배모임을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너무도 달라서 왜 이런가 한참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한 몫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이기를 좋아하고 집단이 중요한 우리랑은 다르게 이들은 가족중심의 생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외면과 고립, 중국과의 정치적 불안을 경험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웃으면서 안으로는 가족과 돈 밖엔 믿을 것이 없다는 것을 신념처럼 여기며 조상신에 더욱 집착하는 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알부자가 많아요.^^ 좀처럼 차림새로는 재정 상태를 알 수가 없습니다. 대학교수도 회사사장도 자다 일어난 머리에 구깃구깃한 옷을 그냥 입고 다니고, 여름에도 겨울 외투 걸치고 다녀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어요. 때로 참 편리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혹은 무신경, 무관심) 주님을 만남에 일부분이라도 걸림돌이 된다 생각하니 마냥 기쁠 수는 없네요.
대만인들은 기본적으로 귀신과 많이 동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의 일부분으로서의 귀신문화는 언어생활에서도 드러나는데 가령 귀신은 好朋友(직역하면 좋은 친구) 혹은 好兄弟(좋은 형제) 라고 부르고, 귀여운 꼬마아이는 小鬼(작은 귀신), 잘 우는 사람은 愛哭鬼, 속 좁은 사람은 小氣鬼, 술 좋아하는 사람은 酒鬼로 불러요. 더욱이 음력 7월은 귀신의 달로 1일 날 저승의 문이 열려 한 달 동안 혼령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현세로 온다고 믿는대 (올해는 8/20-9/18), 특히 음력 7월 15일은 중원절(中元節)로 제사를 잘 지내서 好兄弟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원절 축제가 굶주린 귀신들을 세상으로 불러내 배불리 먹여 보내고 위로하는 것이라지만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한 달 동안 귀신들과 함께 사는 것이므로 여러 가지 금기를 만들어 매사에 조심합니다. 예를 들어 귀신의 달에 집을 사지 않으며, 수영을 하지 않고, 또 아이를 낳는 것도 꺼려해 이 기간을 피해 아이를 갖거나, 7월에 아이를 낳는 가정에서는 미리 제왕절개를 하기도 한답니다. 귀신의 달 하이라이트 행사는 푸두(普渡)라고 하는 보시행사로 금지(金紙:저승에서 쓰이는 돈)를 태우고, 금지가 다 탄 후에 남는 재의 모양으로 점을 치기도 합니다. 정말 사탄의 문화가 손톱 밑까지 파고 들어있다는 생각에 가끔은 몸서리를 칩니다.
에피소드 : 3주 전에 저희 교회에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말씀을 전하시고, 원하는 성도들에게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통역자가 부족해서 제게 손짓을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통역이 안돼요. 죄송해요.” 자꾸만 통역할 사람이 없다시며 그냥 통역하라시더라구요.
(오신 목사님) “성령님, 은혜를 더 부어주세요.” (나) “… 목사님, 저 통역 안되겠는대요.”
저희 엄마는 저를 “선영아” 혹은 “영아” 라고 부르십니다. 이곳에서는 성령님을 “성링아”, 주님을 “주아” 라고 부릅니다. 아직 중국어로 기도해 본 적이 없는데… 그날 차마 첫마디부터 “성링아~” 라고 부를 배포가(? ^^;;) 없더라구요. 단순히 문화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
이번에도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이곳 소식을 알려드리려합니다.
1. 대만에 강력한 성령의 바람이 불어 주를 예배하는 성도의 수가 나날이 많아지고, 거룩한 영적 지도자들과 청년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해주세요.
2. 귀신의 달인 중원절 기간 (8/20-9/18) 동안 대만 기독교인들이 영적으로 깨어 하나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찬양하고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또한 제가 이 기간 동안 더욱 주님의 정결한 예배자로 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제게 영력(성령충만), 지력(언어를 잘 익히고, 말씀을 깊이 깨달음), 체력, 어미의 마음을 주셔서 맡겨진 일 잘 감당하고, 나눌 것 있는 인생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언어공부에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매진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4. 교회를 섬기시는 전순흥 목사님과 사모님이 8월 19일부터 11월 20일까지 안식월을 한국에서 갖습니다. 이분들께 주 안에서 충분한 쉼과 영적 재충전이 있기를 원하고, 남아 있는 성도들에게는 이 기간이 더욱 성령충만하여 충성된 일꾼으로 서 가는 훈련을 받는 기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9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방과 후 학교는 몇 가지 이유로 취소가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보다 주님 보시기에 저희가 아직 감당할 그릇이 못됨으로 연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저희 안에서 아픈 마음이 일어나고, 생명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일어나기를 원합니다.
5. 봉갑대학 내에 건강한 영적 지도자들이 일어나고, 기도와 예배, 성경공부 모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대학 내의 언어센터가 더 이상 여호와증인들의 언어교육장의 역할을 하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 (전도를 할라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인이 낀 여호와증인들에게 이미 전도를 받아봤다고 말합니다.)
6. 어머니가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주 안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올케가 영적으로 성숙해서 믿음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조카들이 영육이 강건하게 자라가도록 기도해주세요.
7. 파송교회와 도움을 주시는 교회와 단체, 선교단체, 후원자들 위에 주의 손이 함께 하셔서 형통의 복을 허락해 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8. 대만과 저를 위해 기도하는 기도모임이 생겨나고, 상호 영적으로 교통하며 아름다운 동역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구원은 매우 위대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원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것 역시 벌을 받게 되는 행동입니다. 구원에 대해서 처음 말씀하신 분이 바로 주님이시며,..(히 2:3)’
주의 구원의 아름다운 소식이 대만 곳곳에 전해지는 그날을 고대하며
문 선 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