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아나는 봄의 시작에 즈음하여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은 유래 없는 폭설과 한파로 많이 추웠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이곳은가을부터 우기가 시작되어 겨울 내내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1월에는 알바니아 북부의 중요한 도시인 슈코드라(Shkodra)가 홍수로 물에 잠기어 많은 이재민이 나기도 했습니다. 티라나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다이티산에 하얗게 덮여있는 눈을 보면서 ‘언제 즈음이면 봄이 올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맑은 하늘에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보니 웅크려졌던 가슴이 확 펴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봄(Pranvera)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여름의 날(Dita e veres)’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거리로 몰려나와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소보루 빵처럼 생긴 ‘발로쿠메’라는 둥그런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봄의 계절을 기다리고 즐거워하듯 속히 이 땅에도 빛과 생명 되시는 그리스도의 계절이 찾아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 쉬프레사 교회 이야기
지난 편지에 기도부탁을 드렸던 대로 지난 크리스마스에 교회 주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예배를 준비했었는데, 거리에서 우리 지체들이 나누어준 초청장을 받고 21명의 어린이들이 당일 날 교회에 찾아왔습니다. 청년과 성인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다가 초등학교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오는 것을 보니까 정말 흥분되고 기대감이 넘쳤습니다. 처음 교회에 와본 아이들도 많았는데 찬양을 즐겁게 따라 부르고, 엔드리 형제가 소개해준 예수님 이야기를 열심히 들으며 진정한 의미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었습니다. 이번 부활절 날, 다시 이 어린이들을 초청해서 예배드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들을 계기로 어린이들을 위한 예배가 잘 시작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그리고, 지난 3월 7일에는 어머니날(Dita e Nenave)를 맞이하여 교회 지체들의 어머니 및 아버지 열 일곱 분을 초청하여 함께 예배하고, 식사를 섬기며,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바니아에서의 어머니날은 문화적으로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날입니다. 많은 나라의 어머니들이 그러하지만 알바니아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가운데 직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하여 힘든 일을 하며 적은 임금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들이 자녀가 준비한 편지를 읽으면서 주섬주섬 가방속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며, 또 평소 부모님 전도를 위해 마음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가 이 날을 계기로 어머니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표현할 수 있어 기뻐하는 지체들을 보며, 저희들도 많이 기뻤고, 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또, 한가지 감사한 것은 작년에 중단되었던 태권도 센터를 교회 바로 옆 건물에 세를 내어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제 이전 건물에 있던 물건들을 새 건물로 옮기는 이사를 했는데, 전에 다니던 많은 청소년들이 센터가 새로 문을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와 몰려와서 이사를 돕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 기뻤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태권도 센터가 많은 청소년과 어린이, 그리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좋은 섬김의 장소가 되도록, 운영해 나갈 때 재정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도록, 태권도를 지도할 좋은 장기 사역자를 보내주시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 알바니아 이야기
요즘 유럽의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을 많이 듣습니다. 이것은 알바니아 경제에도 적신호가 됩니다. 왜냐하면 많은 알바니아인들이 인근 유럽, 특히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노동자로 나가있고 그들이 그곳에서 번 돈으로 본국의 가족들이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돈은 알바니아로 송금되는 전체 금액의 70%를 차지한다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알바니아의 주요 수출품이 노동력인 셈입니다. 특별히 그리스에는 대략 15~20만 명의 알바니아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리스의 경제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알바니아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나그네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긍휼을 베푸셔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힘을 주시고,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지혜롭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 가족 이야기
막내 형범이는 태어난지 2달이 안되어 알바니아로 들어왔는데, 이제 5개월이 지나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엔 춥고 습한 이 곳 기후에 적응이 잘 안되는지 코감기, 기침 감기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벌써 하얀 보석도 2개나 나오기 시작하고, 집에서나 교회에서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형민이는 친구가 생기는 것이 기도제목이었는데, 그 응답으로 1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고, 단짝 친구도 생겼습니다. 말이 잘 안 통할텐데도 귓속말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형석이는 선교사 자녀학교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2번씩은 방과 후에 열리는 한알학교에서 국어와 한문 등을 배우면서 바쁘게 1학년 생활을 하고 있고, 정 선교사도 집에서 개인튜터와 일주일에 2번 언어공부를 시작하여 세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 중요한 일정들
저희가 알바니아에 입국한지 1년 6개월이 되어오면서 앞으로의 사역방향에 대해 팀 내에서 함께 기도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3월 중에 갖게 됩니다. 그동안 언어습득에 주력하면서 교회 사역 중 필요한 영역의 일들을 부분적으로 도와왔는데, 2년간의 공식적인 언어훈련의 기간이 끝나고, 사역에 대한 방향과 내용이 정해지면 더 실제적인 사역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 일과 아울러 4월에는 알바니아 선교사 포럼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 포럼은 알바니아에서 오랫동안 사역해 온 선임 선교사들이 현재 사역을 구상하고 있는 신임 선교사들을 위해 마련하는 것인데, 알바니아 교회와 선교 상황에 대해 보여주고, 자신들의 사역 경험을 나누며,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이곳에서 필요하며, 어떤 일들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듣고,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선교지의 상황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선교사에게 요구되는 사역도 달라지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시점에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가정이 이런 일들을 통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잘 깨닫고 준비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제가 하고 싶은 일도, 제가 자신 있는 일도, 전략적이라고 말하는 일도,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일도 아닌, 주님이 제게 시키셨으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이번 한 달이 매순간 하나님의 뜻을 물으시고, 오직 그 일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예수님을 더 깊이 배워가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그럼, 또 소식 전해드릴 때까지 강건하시길 빕니다.
* 기도 제목
1. 깊은 말씀묵상과 기도를 통한 주님과의 교제가 날마다 풍성하도록
2. 언어공부를 통해 듣는 귀와 말하는 입을 열어주시고, 문법적 이해와 활용을 잘 할 수 있도록
3. 3월 24일 3차 신임 선교사 오리엔테이션과 4월 12일 알바니아 선교사 포럼을 위해 기도로 준비하며, 우리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할 수 있도록
4. 2010년을 맞이하여 계획된 쉬프레사 교회의 사역들이 주님의 도우심으로 잘 진행되도록
5. 동료 선교사, 교회 지체들, 지역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한 해가 되도록
6. 알바니아 교회 지도자들을 축복하시고, 선교사들과 좋은 협력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 되도록
7. 온 가족의 건강과, 늘어나는 필요에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풍성히 경험하게 되도록
2010. 3. 15
티라나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