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만큼 동일하게 헤어짐의 순간도 있다. 지난 주에 딸 예원이와 함께 동료 선교사 집을 방문하여 즐거운 교제를 나누었다. 그 집에는 두 명의 어린 자녀들이 있는데 나의 딸 예원이를 마치 친 언니처럼 따르며 재미 있게 놀았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헤어질 때가 다가 오자 선교사님의 따님이 울상이 되어 있었다. 나는 즉석에서 무언가 위로의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생각한 끝에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고 헤어질 때가 있으면 만날 때가 있단다. 헤어질 때는 만날 것을 기대하며 헤어져야 한단다. ” 라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옆에 어린 딸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아내 김보원 선교사는 “다음에는 우리 집에서 예원이와 함께 잘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게”하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말하자 어린 딸은 금방 생글 웃는 얼굴이 되었고 다시 만난 날을 기약하며 기쁘게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예원이가 봄 방학을 마치로 공부하러 대학으로 돌아 가기 때문에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다. 헤어짐의 아픈 슬픔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 오는 순간이었다. 이 때 어제 동료 선교사님의 어린 딸과 헤어질 때 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예원이에게 들려 주었다. 헤어질 때 마다 눈물을 보이던 예원이는 이번에는 눈물을 감추려고 애썼다. 헤어지는 우리 마음도 이전 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슬픔과 두려움에 사로집힌 제자들과 이별을 할 때 다시 만날 약속을 굳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다시 만날 약속을 해주시며 제자들을 위로해 주셨다. 마지막 만찬을 베프시면서 사랑하는 제자들을 격려하셨고 자신을 팔게 되는 유다에게 끝까지 참회의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부활 후에도 제자들을 위로하시며 성령님으로 다시 제자들에게 찾아 오실 것을 약속해 주셨다.
좋은 관계에서 이별은 아쉬움과 슬픔을 남기나 좋지 않은 사람과 헤어 질 때는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헤어질 때 반드시 다시 만남을 기대하며 다시 만남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헤어져야 한다. 때로는 좋지 않은 관계에서 헤어질 때는 다시 만남을 준비 하지 않고 큰 싸움과 극단적인 언어 폭력을 사용하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관계를 만들 곤 한다.
2년 전 몇 개월 간 함께 사역하다가 헤어진 미국 한인교회 목사님 부부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헤어질 당시에는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서로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나는 목사님께 “목사님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목사님께서 조건 없이 저희 선교 사역을 도와 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희 부부도 5개월간 목사님의 캠프 사역을 조건 없이 도왔던 것입니다. 그 동안 저희들이 한 사역은 저희들의 작은 선물이라고 기억해 주십시오. 처음 만났던 것과 같이 좋은 마음으로 헤어지고 싶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목사님께서는 그 동안 수고했다며 얼마의 헌금을 주셨다. 그 후에 미주의 많은 목사님들을 이끌고 대회장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에 오신 목사님의 부부와 우리 부부는 서로의 얼굴에 감사가 깃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목사님께서는 대회 중에 김보원 선교사에게 집회 반주와 특송을 부탁하였고 아내는 기꺼이 승낙하였다. 헤어질 때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시 만나도 서로 거리낌이 없었다.
좋지 않은 관계로 헤어 질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를 다시 만나지 않을 것과 같이 생각하고 함부로 헤어져서는 안 된다. 상대의 약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나 써서 안될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지금 헤어지더라도 다음에 만나서 다시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을 만들며 헤어져야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보다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라 설 때 그 사람의 인격의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
자신의 친구와 함께 일하다 의견이 맞지 않아 헤어 질 때는 반드시 다시 만날 준비를 하며 헤어져야 한다. 이런 준비 없이 헤어질 때 평생 뼈아픈 상처를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 가야 한다. 비록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어 헤어져야 하지만 처음 만날 때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만나 우정을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