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롬..
정말 오랜만입니다. 지난 번 편지를 보내드리고 5개월 동안 무척 바쁘게 지냈습니다.
한국은 지금 여름의 막바지이겠지요? 이곳은 우기여서 매일 오후 소낙비가 내립니다. 아직까지 큰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기가 더 진행될수록 비가 더 많이 올텐데, 작년에 수해난 사람들이 다시 큰 피해를 입지 않길 기도합니다.
저는 그동안 3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방학을 맞이하여 필리핀 내의 몇몇 지역을 방문하여 여름성경학교도 하고, 필리핀 농촌문화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가 사역하고 있는 유니온교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접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야기 1. 여름성경학교(VBS)-이사벨라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이사벨라를 방문했습니다. 이사벨라는 필리핀의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필리핀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한곳이고, 사람들이 피부가 까맣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피부가 까만 사람을 보면 ‘이사벨라에서 왔니?’ 하고 물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사벨라는 올해 가뭄으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주로 벼농사를 짓는 이사벨라는 이번 가뭄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고 있는 곳 중 한곳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마을 역시 논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있었고, 주민들은 물이 부족하여 산하나 넘는 거리에 있는 조그만 개천으로 가서 빨래와 목욕을 하고 집에서 사용할 물을 길어옵니다. 그 물은 더럽고 냄새도 나지만, 물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나으므로 그 물을 사용하는데, 그들의 건강이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이사벨라를 방문한 우리 팀은 7명으로 그곳에서 여름성경학교 및 기타 사역을 돕고 왔습니다. 저와 다른 두 교사는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했고, 메이커 형제님(인도)은 어린이들 머리카락을 잘라주었고, 세인텐 형제님(미얀마)은 기타를 가르쳤으며, 그 외 부루스 목사님(영국)과 필리핀 형제님은 각 가정을 방문하며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2시-5시경에는 밖을 나가지 못할 정도의 살인더위 속에서 무사히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사벨라에서 돌아온 후, 저는 더위를 먹었는지, 식사를 전혀 할 수 없고 하루 종일 몸이 힘들고 피곤하여 1주일간 오이로 끼니를 해결하며 휴식을 취했더니 이제는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그래도 오염된 물을 먹고, 그 물로 씻었지만 다른 질병이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야기 2. 여름성경학교(VBS)-드림벵켓교회(바기오 산간마을)
이사벨라에서 돌아온 후 드림벵켓교회 여름성경학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드림벵켓교회는 한국인 선교사님이 세우신 교회로 어린이를 주사역으로 하는 교회입니다. 저는 여름성경학교를 돕는 차원에서 교회의 주일학교 담당리더, 주일학교 선생님들과 연합하여 사역을 준비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교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어린이를 향한 사랑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한달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주일학교 교사들이 점점 굳건히 서는 것을 보고, 우리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사역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준비되어서인지, 여름성경학교를 하는 내내 어린이들 역시 잘 따라주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힘을 내어 여름성경학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5월 4일부터 8일까지, 월요일에 시작하여 토요일까지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고, 주일 오전 어린이예배시간에 졸업식을 했습니다. 약 100명의 어린이들의 여름성경학교 졸업식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작은 이벤트였습니다.
이야기 3. 유니온 인터내셔널 교회(UIC)
제가 사역하고 있는 유니온교회에서는 아쉽게도 여름성경학교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사벨라와 드림벵켓교회에서의 노하우를 통해 우리교회(유니온교회)의 여름성경학교를 성공리에 마쳐보리라는 열심을 가지고, 자원봉사교사들을 모집하고 교사양육과 여름성경학교에 필요한 재정과 물품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름성경학교를 시작하기 일주일 전, 자원교사 그룹 중 한명이 다른 자원봉사교사들을 이간질하여 모든 교사들로 하여금 여름성경학교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한사람씩 붙잡고 이야기해보았지만, 마음이 너무 상해버린 교사들은 더 이상 사역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제겐 기도 외엔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고, 기도 중 우리교회에서의 여름성경공부를 성황리에 마치고 싶었던 제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고 맘이 상해있는 교사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여름성경학교를 내려놓았습니다.
여름성경학교 교사들이 우리교회의 주축멤버들이기 때문에 이번 일로 분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는 교사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갈등이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고, 여름성경학교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일에는 담임목사님도 관여가 되어있는 것으로 제가 돕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간질 했던 그 성도님은 목사님의 오른팔로, 그동안 교회 내에서 본인의 마음대로 교회를 이리저리 컨트롤 하고 있었고, 교인들이 목사님께 자주 말씀드렸지만, 목사님의 그분에 대한 신뢰가 깊어서 교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나봅니다. 결국 교인들은 교회를 떠났고, 100명 가까이 되던 성도들은 지금 30명쯤 남았습니다. 어린이들도 30명 가량 되었는데, 이제 열 명만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교회와 리더와 성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의 동역자 여러분, 유니온 인터내셔널 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교회가 회복되고 성도들도 회복되며, 무엇보다도 상한 마음을 가진, 남은자나 떠난자나 모두 하나님 앞에 기쁨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 기도해주세요.
1. 유니온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회복되도록
2. 제가 맡고 있는 어린이부가 다시 잘 세워지도록
3. 사역을 위해 영어의 진보가 있도록
4.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과 파송교회인 온누리교회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