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집에 여자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굴러다녔지만 (제가 이걸 정말 싫어합니다) 차마 싹 치우기가 아쉬웠습니다^^;; 선교지에 와서 처음 수영로청년 단기팀을 맞았습니다. 고향집 가족들이 온 듯한 마음에 어찌 좋든지 시장을 또 가고, 또 가서 갖기지 과일들과 먹거리들을 사 모았습니다. 지금은 가고 없지만, 자매들의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 소리가 아직 집안 가득한 듯하고,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머리카락마저 정겹고 마음을 푸근케 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이상기온에 대한 소식이 많지요? 다들 더운 여름 잘 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단기선교 다녀오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단기팀을 보면서 또 다시 느끼는 거지만 정말 본국에 계시면서 주님의 뜻에 합하게 생활하며, 선교에 헌신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는 성도님들이 더 귀한 주님의 선교사역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별히 대만과 저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의 은혜가 날마다 더해서 서로 좋은 소식들이 오가기를 바래봅니다.
이 곳은 지금 음력 7월 귀신의 달을 지나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빠이빠이(우상에 제사 지내는 행위)로 분주한 모습이고, 빠이빠이에 쓰이는 물건들이 TV 광고마다 넘쳐납니다. 곳곳에 중들이 서서 시주를 독려하고, 대형 법회를 열고, 어제, 오늘은 특별히 스피커까지 동원해서 계속 빠이빠이 음악을 내보내고, 종이돈 태우는 메케한 냄새로 창문을 열어놓기가 힘듭니다. 저희 교회 한 노인분 말씀으로는 원래 7월 15일만 하우횽띠(좋은 형제-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장개석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와서 이 날을 확대시킨 것이라네요. 변질 되어가는 지금의 장례와 결혼식 문화에도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기회 있을 때 알려드릴께요). 빛을 알지 못하고 어둠에 매인 사람들이 그 어둠으로 서로를 더욱 결박하고 함께 멸해져가는 꼴입니다. 주님의 강한 간섭하심을 기대합니다.
섬기고 있는 만방교회는 7월에 ‘예배’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가 있었는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것에 대한 호소에 여느 때보다 순종과 겸손의 모습으로 나아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저희 교회 중직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움만 더했는데, 감사하게도 오랜 신앙생활로 열정을 잃었던 한 자매가(총화) 뒤늦게 참석해서 주님의 은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극히 이성적이고, 인본주의적이던 징쉰형제 부부가 변화되어 요즘은 이들과 교제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8월 초에 신대원 시험을 치렀습니다. 종교법이 바뀌어서 목사만 선교사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비자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고, 그러던 차에 4월 말 주님께서 제가 신학을 하기 원하신다고 말씀하셔서 시험을 치렀고,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언어문제로 시험을 쳐야할지 고민할 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겁이 나느냐?” 라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나면서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언어적 부담과, 사역과 학업의 병행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주님만 바라보며 한걸음씩 걸어 보려합니다. 너무 멀리까지 보면 기가 죽을 것 같아서요. ^^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해진다… (고후 12:9) |
시험 때 주님께서 주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저를 마치 어린아이같이 어리석게 볼지라도 이런 저를 통해 영광 받으실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8월 중순에 단기팀이 왔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홀로 팀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어려운 순간들마다 주님께서 훌륭한 저의 파트너가 되어주셔서 어려움이 오히려 감사거리가 되고, 굉장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감격이 됐던 것은 땅밟기 지역이었습니다. 땅밟기 지역을 찾던 중에 징쉰 형제의 요청에 따라 어느 지역을 선택했고 답사를 했습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땅밟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징쉰 형제는 이 지역의 물질적 축복이 흐르기를 원하는 지역을 (물론 여러가지 이유를 말하기는 했지만) 추천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결국 제가 날마다 땅을 밟던 지역을 다니게 하셨습니다.
제가 땅을 밟으며 기도할 때 주님도 저와 함께 걷고 계신다고 하셨고, 제가 찬양하며 다닐 때 그 찬양을 기뻐하신다고 하셨던 그 곳을 나 외의 누군가와 함께 다니며 축복하고, 어둠을 끊고, 주님의 꿈을 꾼다는 것이 제게 얼마나 감격이 되던지요! “선교사님, 태어나서 이렇게 간절히 누군가를 위해 마음껏 축복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주님은 분명히 저희의 기도를 받으셨고, 어느 날엔가 꼭 이 거리가 주님의 백성들로 가득해서 “할렐루야”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주님께 영광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함께 해준 단기팀에 감사를 드립니다.
기도제목을 나누고 싶습니다.
1. 대만에 거룩한 교회, 주를 경외하는 영적지도자와 청년들이 일어나도록 기도해주세요.
2. 10월의 내적치유 세미나와, 11월에 있을 십자가 복음 세미나를 통해 성도들이 영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특히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해서 하나님의 만지심과 회복을 맛보는 시간 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제게 영력, 지력, 체력, 어미의 마음을 주셔서 맡겨진 일 잘 감당하고, 나눌 것 있는 인 생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특히 공부와 사역을 병행할 때에 성령께서 친히 간섭해주시고,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도록 관계의 복 주시기 원합니다.
4. 어머니가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주 안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아버지와 오빠, 남동 생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올케가 영적으로 성숙해서 믿음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조카들이 영육이 강건하게 자라가도록 기도해주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관절염과 신경통 등으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 이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 부탁합니다.
5. 동역하는 교회와 단체, 후원자들 위에 주의 손이 함께 하셔서 형통의 복을 허락해 주시도록, 그리고 계속적으로 저와 대만을 위한 동역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출렁이는 갈릴리 바다 위에서 베드로를 향해 ‘오라‘시며 두 팔을 벌리셨던 주님이 지금 제 삶의 굽이굽이마다 든든히 서 계시니 저는 날마다 그분을 찬양합니다.
대만에서 문선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