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박미영 [헝가리] 2010.09.28

저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오랫 만에 인사 올립니다. 그 동안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평안하시지요? 지난 7월 초에 <선교보고> 편지를 드린 후 두 달이 넘어서야 소식 전합니다. 그 동안에 저희 가족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한울이와 솔지가 여름방학을 해서 미국에서 헝가리로 왔었습니다. 작년 8월 18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비행기를 타면서 헤어졌었는데 거의 1년 만에 온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을 미국에 두고 와서 보고싶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하나님께서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을 많이 성장케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거기다가 이번 여름 내내 선교사로 와있는 부모와 함께 선교현지에서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선교사 자녀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한울이는 아틀란타 에모리(Emory University) 대학 신입생이 되어 그곳으로 갔고, 딸 솔지는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 있는 쿠퍼티노 고등학교(Cupertini High School) 11학년(고2) 1학기 공부를 위하여 다시 산호세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이 떠나는 날 저희 부부는 많이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함께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했습니다.

7월 하순부터 앞으로 저희가 은퇴할 때까지 로마니(집시) 사역을 해야 할 지역을 결정하기 위하여 헝가리 한인 선교사님 부부의 도움을 받아 헝가리 북동부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답사를 다녔습니다. 이미 예전에 말씀 드린대로 저희 부부는 그 지역 어느 지방을 정하여 남은 생애 동안 로마니(집시) 사역을 하려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 지역들을 둘러보고 난 후에 이미 7년 전에 이곳에 와서 로마니(집시) 선교 사역을 하고 계시는 한인 선교사님 내외분과 또 평생을 로마니(집시) 선교 사역에 관심을 갖고 헌신하신 헝가리 개혁교회 원로목사님과 저희가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로마니(집시) 선교 사역을 하면 좋겠는가 상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 그분들의 추천으로 헝가리 북부에 위치한 Miskolc(“미쉬콜츠”로 발음)라는 지방도시를 저희가 거주할 지역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도시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국경과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과거 20년 전에 헝가리가 소련 연방의 위성국가였을 때에 소련의 무기공장들이 많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소련 무기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어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와 문제가 있는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사방에 수 백명씩 모여사는 집시촌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씀드린 한인 선교사님 내외분과 헝가리 개혁교회 원로목사님께서 저희의 사역지로 추천을 해주신 것입니다. 저희 역시 그분들의 추천대로 이 도시를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허락하신 선교지로 정하기로 기쁘게 결정하였습니다.

8월이 되면서부터 미쉬콜츠에 저희가 이사하여 살 집을 보러 다니느라 또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미쉬콜츠는 부다페스트와 달리 임대아파트가 많지 않아서 집을 얻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헝가리는 공산국가였기에 “임대제도”가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산국가 시절에는 나라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집을 지어서 살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몇 주 동안에 걸쳐서 부다페스트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미쉬콜츠를 오가며 집을 보러다녀야 했습니다. 제(박완주)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와 욕조가 있는 아파트를 구하려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이 도시 전체에 한국인이라고는 저희 부부를 빼면 한 사람도 없고, 동양인도 거의 없기에 현지인들의 눈에 금방 띄게 되니까 선교 초창기에는 안전을 고려해서 집을 구하라는 선교사님들과 현지 목사님들의 조언이 있어서 안전하며 엘리베이터와 욕조가 있는 아파트를 찾으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자동차가 없어서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서 헝가리어를 잘 하시는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몇몇 선교사님들의 도움으로 8월 말에 미쉬콜츠 도심(downtown)에 있는 한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욕조는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인데 거실 빼고 방이 두 개 있는 아파트입니다. 그나마 이런 집을 구할 수 있도록 해주신 주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집을 구한 다음 9월 13일에 몇몇 선교사님들의 도움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만 1년 1개월을 살고 미쉬콜츠로 옮긴 것입니다. 다행히 이사하기 전에 저희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어 저희 둘이서 대부분의 짐을 미리 실어나른 후 이사 당일에 선교사님들의 도움으로 이사를 했고, 한 주간 동안 이삿짐을 정리하여 이제는 안정이 되었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 창밖 처마 밑에 비둘기 한 쌍이 알을 품고 있었는데 저희가 이사하는 날 와서 보니 새끼 두 마리가 부화하여 예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주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이 집에서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살면서 영적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는 뜻인 것 같아 기뻤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한인 집시선교사님 내외분의 소개로 이 지역에서 사역하는 헝가리 목사님 한 분과 이 지역에서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로서 로마니(집시)들을 위하여 일하는 한 자매님을 만났습니다(사진 참조). 사무엘(Samuel) 목사님이라는 이 분은 30대 후반으로 세 교회를 맡아서 아주 열심히 목회하는 분이신데 그 날 어린 딸을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사진 참조). 마르다(Marta)라고 이름하는 그 자매님은 선교사님 내외분이 천사같은 사람이라고 칭찬하시는 분으로 40대 초반으로 신실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두 분은 앞으로 저희 내외가 이 지역의 로마니(집시) 선교 사역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실 분들입니다. 저희가 오래 전부터 좋은 현지인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이렇게 귀한 분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늘 선한 일을 이루시는 주님을 찬양할 뿐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사무엘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에 출석을 했습니다. 한국은 오늘 추석명절이라는데 헝가리는 마침 지난 주일이 추수감사주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교회가 연합하여 제단 앞에 과일을 갖다 놓고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는데 뜨거운 찬양과 많은 교인들의 감사 간증을 포함하여 두 시간이 넘는 예배였습니다. 헝가리어가 짧은 저희로서는 다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이었지만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살아야 할 선교지에서의 첫 주일 예배인만큼 감사와 감동이 넘치는 은혜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사진 참조).

앞으로 저희는 이 지역 미쉬콜츠(Miskolc)를 중심으로 산재해 있으면서 수백명씩 모여 사는 로마니(집시) 마을들을 드나들면서 은퇴할 때까지 로마니(집시) 선교를 하게 됩니다. 아직은 이 지역이 낯설고, 한국인은 저희 이외에 한 사람도 없는 곳이라고 외롭긴 합니다만 하나님께서 저희를 위해 예비하신 도시로 믿기에 이사하고 난 후 마음도 안정이 되고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제 조만간에 마르다 자매님과 함께 미쉬콜츠 주변의 집시촌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무엘 목사님 교회에 집시선교를 하는 헝가리인 집사님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도 저희를 많이 도와주기로 하셨습니다. 주일에는 사무엘 목사님 교회 예배에 참석을 하고 주중에는 매일 정규적으로 헝가리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사무엘 목사님이 저희가 헝가리어를 배울 수 있도록 좋은 헝가리어 선생님을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동안에 이런 저런 일로 바쁘게 살다보니 <선교보고>가 늦었습니다. 그 동안에 저희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주시고, 물질적으로 귀한 후원을 해주신 교회와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지낼 수 있었고, 또 미니밴(승합차)으로 중고 자동차도 한 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로마니(집시) 선교를 위해서는 미니밴이 꼭 있어야 한다고 집시선교하시는 선교사님이 말씀하셔서 미니밴을 구했습니다. 자동차 구입을 위해서 헌금해 주신 교회와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지역에 살면서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로마니(집시) 선교를 하여 주님께 영광 돌리고,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시는 교회와 성도님들께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저희의 기도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저희 가족의 영육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2)저희 부부의 헝가리어 언어공부를 위하여.

3)아들 한울이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의사가 되도록.

4)딸 솔지가 건강하게 공부 잘 할 수 있도록.

4)집시선교에 동역할 수 있는 집시족 동역자를 만날 수 있도록.

5)집시선교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혜와 능력을 주시길.

6)파송교회, 후원교회 및 후원자, GMP America, GMP북가주 이사회를 위하여.

7)사무엘 목사님의 사역과 마르다 자매님이 동역을 위하여.

8)양가 부모님과 형제들을 위하여.

9)헝가리의 복음화 및 국가적인 안정을 위해서.

길가에 피어있는 들국화와 함께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감사의 계절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주님의 은혜 안에서 강건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주의 평화!

헝가리 집시선교사 박완주 박미영(한울 솔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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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