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태/육광숙[세네갈] 2010.10.05

시몬 다솜이네 가족이 세네갈에서 보내드리는 여섯 번째 기도편지

어린이들이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이곳엔 많은 ‘딸리베’(이슬람 마라부의 제자)들이 깡통하나를 옆에 차고서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모스크 앞에서 나무판에 쓰여진 코란을 큰 소리로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한참 동안 코란을 읽던 ‘딸리베’ 3명이 힘없이 걸어와 내 앞에 놓인 의자에 맥없이 주저앉는다. 그 중 하나가 “아저씨,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러고 나서 자신들은 매일 저녁 10시에 조금 먹는 밥이 하루 양식의 전부이고, 신발이 없어서 힘들다는 등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돈을 조금 주고 싶지만, 돈을 줘봐야 이 아이는 빵을 사먹지 않을 것이다. 그 돈은 몽땅 ‘마라부’에게 바쳐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아침에 챙겨준 비스켓이 있어서 그것을 그 아이에게 주었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먹는다. 하기야 이들의 ‘이슬람 교리’에서 본다면, 나에게 전혀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알라’에게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내가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비단 종교뿐만 아니라, 세네갈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깔려있는 듯 하다. 세네갈은 1년에 엄청난 양의 원조가 들어온다. 하지만 과거 500년 동안 당했던 침략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원조 받는 것을 너무 당연시 여긴다. 그런데 그 원조를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자생하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GMP는 현지인 성도에 의해 자생할 수 있는, 재 생산할 수 있는 교회개척을 추구한다. 일제 식민지 속에서도 독립하고 자생하려 했던 한국인의 정신은 한국교회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세네갈 국민의 의존적 정신은 교회개척에 있어서 큰 걸림돌로 놓여있다………. <기록일지 중에서>

주님께서 주신 축복 속에서 즐겁고 풍성한 추석을 잘 보내셨는지요? 지금 한국의 산과 들과 하늘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겠죠? 저희 집 뒤에도 우기철이라 황량했던 모래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들판이 푸르고 참 아름답습니다.
앙상하게 말랐던 소와 양도 푸르른 들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더니 이제는 많이 통통해졌습니다. 들판에서 돌아오는 어미를 향해 달려간 새끼들은 통통한 엄마 젖을 머리로 들이 박으면서 전투적으로 젖을 빨아댑니다. 그런 새끼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네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투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는 듯 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저희 가정은 8월 14일에 사역지인 ‘생루이’로 이사를 왔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돕는 분들을 보내주셔서 이사를 잘 마쳤습니다. 이사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 시간을 통해 다카르에서 보다, 더 많이 세네갈 사람과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집은 ‘생루이’ 시내에서 8km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집 앞에는 세네갈 강 줄기를 따라 내륙으로 뻗은 도로가 놓여 있는데, 그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마을들이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사역을 구상하고 리서치하기 아주 용이한 위치인 것 같습니다.
첫 4년 동안 ‘불어’와 ‘월로프어’를 함께 공부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계속해서 ‘불어’에 집중하고, 저는 현지인과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 제자양육으로 이어가기 위해 ‘월로프어’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요즈음 ‘은쟈이’라는 현지인 친구와 함께 다니면서 ‘생루이’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은쟈이’ 어머니 제사에 초대를 받아 은쟈이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아내는 ‘생루이’로 이사 온 후, 이제야 아프리카 생활이 실감이 난다고 합니다. 이곳엔 한국 선교사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거의 혼자 집에서 지냅니다. 이곳은 덥기 때문에 부엌을 집 밖에 짓습니다. 그래서 매 끼니 때마다 밥과 반찬을 나르다 보니 밖에서 돌아다니는 저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시몬/다솜이는 새로운 프랑스학교에 입학해서 잘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학생이 1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라서, 오히려 시몬/다솜이가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귀고 적응하는데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시몬이는 불어로 수업을 받는데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만큼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쟝’이라는 세네갈 아이가 괴롭혀서 조금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시몬이에게 ‘쟝’이라는 아이를 용서하고 오히려 최고의 친구로 만들어 보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다솜이는 이름처럼 사랑이 많아서인지 모든 친구들과 어려움 없이 잘 지냅니다.

기도제목
1. 항상 성령충만할 수 있도록
2. 리서치 기간에 좋은 만남을 주시고, 생루이 땅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3. 모든 현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4. 불어와 월로프어의 빠른 진보가 있을 수 있도록
5. 모든 가족이 건강할 수 있도록

2010년 10월 5일
서부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김재태/육광숙/시몬/다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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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