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리곤에 복음이 편만하기 까지 (롬15:19)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이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기도편지를 늘 하던 대로 세 달 만에 쓰는 데도 오랜만에 보내는 느낌은 왜일까요?
그 동안의 일들
여름 휴가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됐을 때입니다. 우리 가정이 다니던 장애인 시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30명 정도 되는 장애아들이 시설에 와서 2주를 보내는 데 와서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습니다. 가 보았더니 티라나의 외곽에 있는 바소레라는 지역에서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원래 시설에 있던 아이들보다는 여러 형편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원하는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지역에 직접 찾아가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바소레로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기도편지를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알바니아의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장애인 가정들로 찾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것을요? 이렇게 기도가 응답됐습니다. 처음에는 두 가정을 방문했는데 다음 주에는 네 가정, 그 다음 주에는 여섯 가정. 이렇게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지역에 개척돼있는 브라질 선교사님의 교회와도 협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방문일 수를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소레로 가게 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주신 말씀은 그들의 친구가 돼주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그들의 친구가 돼 주는 것입니다. 나는 의사이기 보다는 그들의 친구가 되기를 요구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을 압니다. 바소레를 찾아 간 둘째 주였습니다. 길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우리를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나는 시간이 이미 늦어져서 고민을 했는데 마음 좋은 제 아내와 보은자매가 이미 ‘쑥’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따라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아주머니는 결혼 전에 이미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영접했었습니다. 아버지의 요구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10년 전에 하게 됐지만 남편과 시어머니가 교회에 다니게 됐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교회는 다니지만 생활이 바뀌지 않아서 아이들과 자신은 학대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가 그 10년 동안 혼자서 노트에 쓴 기도문들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자기가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여러 번 기도하였음을 나에게 말할 때 저는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가 그 집에 있는 이유가 그 분의 기도 때문이라는 것을요. 하나님은 그 아주머니의 말 속에서 저에게 그 분의 친구가 돼 주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하나님의 음성이 우리 마음에 크고도 분명하게 울릴 때 우리는 전에 알던 지식이 불완전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순종이 왜 축복인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그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 나의 복입니다.
올해도 미국 빌립보 교회에서 단기팀이 왔다 가셨습니다. 알바니아에서 할 수 없는 어려운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그 중에 한 명이 알바니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어서 축구경기 티켓을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치과와 기타레슨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단기팀과 함께 비 오는 날 바소레를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가정들을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단기팀으로 오신 분들의 마음에 말씀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교는 우리가 도움을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만지심을 경험합니다. 때로는 얻고 가는 것이 훨씬 많음을 느낍니다.
전부터 기도하던 차량과 인터넷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지금 보내는 기도편지도 집에서 쓰고 있어요. 차량도 안식년을 가신 박한상 선교사님께서 두고 가신 차를 팔지 않고 우리 가정이 사역기간 동안 쓰도록 기증하심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이것들을 위해 기도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계획과 기도제목
지금 아내가 한국에 가 있습니다. 둘째 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치유를 위해 기도했지만 하나님께서 데려가셨네요.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면서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1장에서 말씀하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하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믿음과 소망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믿는 바, 전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새기는 하루입니다. 예수님께서 제게도 물으십니다. “네가 이것을 믿느냐?”
샬롬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리더들의 멘토링만 하고 교회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데 교회의 리더십을 세우는 데 기도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리더들이 든든히 서 있는 교회는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하반기 사역을 한 후에 신년 초에 단기팀들이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박한상, 박미경 선교사님들도 12월에 잠시 방문을 하실 예정입니다. 그 때 교회에 대한 평가와 계획이 이루어 질 예정입니다.
그 동안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사역이며 모든 것에 빠짐이 없던 아내가 지금은 한국에서 마음이 많이 힘든 모양입니다. 기도의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처음 아이들과 알바니아에 떨어져 있는 저도 여러 상념에 젖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을 맡은 자로서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대장께서 우리의 모든 사정을 더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친히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을 믿습니다. 주님의 위로와 동행이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축복 드립니다.
기도제목
1. 바소레 방문 사역을 위해 또 장애인 시설 방문을 위해
2. 외부 교회 방문 진료를 위해
3. 샬롬교회와 리더들을 위해
4. 가족의 성령충만함을 위해
5. 신년에 계획된 단기팀의 준비와 사역을 위해
6. 소천한 둘째 처형의 남은 가족들을 위해
PS 편지 발송이 늦어져 아내가 알바니아에 돌아온 후에 보내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에 아내가 슬픔 가운데서도 견고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