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분들께,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도 평안하셨는지요? 한국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각 가정마다 김장준비로 한창 바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며칠 전에 여러 개 국경을 넘어 배달된 김치를 한 보따리 선물 받았습니다. 배추, 무가 나지 않는 알바니아 및 인근 나라에 있는 선교사들을 위해 독일의 한 한인교회가 불가리아에서 직접 김장을 담가 나눠주셨기 때문입니다. 김치 한 쪽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어찌나 큰지요! 올 겨울은 한동안 마음이 푸근하고 든든할 것 같습니다.
요즘 알바니아는…
한국은 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동안 떠들썩 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알바니아는 EU 국가들과의 무비자 협정으로 인해 자축하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그동안 외국으로 가려고 할 때 쉽사리 비자를 얻지 못해 연일 대사관 앞에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는데, 이제 무비자 협정으로 인해 알바니아의 국가적 위상이 더 높아지고, 그에 따른 국가적 역할도 더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되고 국가적 이미지도 많이 향상될 것 같습니다.
알바니아 기독인들의 ‘반(反) 피의 복수’ 행진
몇 주 전 알바니아 북부 지방인 쉬코드라에서 사역하던 ‘드리탄’이란 한 현지 목사님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알바니아에는 ‘쟈크 마리에(Gjakmarrje)’라는 관습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라, 가족 중 누군가가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면 공격을 가한 가문의 남자도 반드시 죽여야만 자신들이 받은 수치를 씻고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드리탄 목사님도 바로 이 ‘피의 복수’로 인해 희생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알바니아 복음주의 형제단(VUSH)’이 주최가 되어 수백 명의 알바니아 그리스도인들이 테레사 광장에 모여 피의 복수를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선포하는 집회를 열고 거리를 행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남편을 잃은 사모님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모든 죄를 예수께서 짊어지셨고 죽으셨기에 우리는 이제 용서해야 합니다. 저희는 복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며 남편을 죽인 가문과 모든 교회 앞에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알바니아의 악한 관습의 변화를 위해 기도한 것이었습니다. 알바니아에 비록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기독교 인구가 있지만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용서와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알바니아 사회가 변화될 수 있도록, 그래서 드리탄 목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한 알의 밀알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팔커’를 가슴에 품다
저희 가정은 그동안 언어공부에 주력하면서 팀 리더인 김용기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쉬프레사 교회에서 필요한 일들을 조금씩 도우며 앞으로의 사역방향을 놓고 계속 기도하며 고민해 왔습니다. 복음전도를 통해 제자를 삼는 일과, 아울러 알바니아의 교회가 계속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중에 앞으로 남은 첫 임기동안 무슨 일이든지 도전하고 모험해보라는 팀 리더의 권유와 격려를 힘입어 지난 9월 초부터 티라나 인근에 있는 6개의 무교회 지역들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우선적으로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팔커(Falker)’라는 시골마을이 마음에 와 닿아 시간이 나는 대로 그곳을 방문하여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없는 토요일마다 자녀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해서 동네 공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축구, 농구, 베드민턴 등 운동을 하며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엔 낯선 동양인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온 것을 호기심반, 의심반으로 경계하는 어른들의 눈초리가 많이 의식되었지만, ‘다음 주에도 꼭 놀러오라’며 당부하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며 다시금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말로는 동네 사람들 모두가 무슬림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마음 문을 열고 복음을 들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은 기도의 지원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희들에게 지혜와 주셔서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님의 동행하심을 믿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족 소식-부모님의 알바니아 방문
9월 중순에 한 달 간의 일정으로 이선교사의 부모님이 알바니아를 방문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동안 독자인 이선교사가 보고 싶기도 하셨겠지만, 실은 손주들이 더 그리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몰라보게 자란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가족이 함께 지내지 못한 아쉬움을 주님께서 이렇게 위로해 주시는구나…’ 하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번 부모님의 방문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먹은 세 아이들이 한층 더 자란 듯이 보이더군요. 그 성원과 박수를 힘입어 형범이는 혼자 우뚝 서서 첫 걸음마를 떼기도 했답니다. 다시 만나 뵙는 날까지 부모님이 주님 안에서 강건하시도록, 자녀들을 위한 눈물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들어 사용해 주시길 기도해 주십시오.
이번 주일(11/21)은 추수 감사절이자, 알바니아에 쉬프레사 교회가 세워진지 15주년이 되는기념 주일이기도 합니다. 이곳 알바니아 땅에 하나님이 세우신 또 앞으로 세우실 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많은 주님의 사람들이 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 일을 위해 함께 기도로 힘을 모아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소식 전할 때까지 강건하시길 빕니다.
2010. 11. 19
티라나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 기도 제목
1. 깊은 말씀묵상과 기도, 찬양을 통한 주님과의 교제가 날마다 풍성하도록
2. 알바니아어에 지속적인 진보와 성장이 있도록
3. ‘팔커’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하나님이 지혜와 용기와 믿음을 주셔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하시고, 예비해 놓으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4. 이웃 주민들과의 교제의 끈이 많아지고, 섬김과 전도의 계기가 생기도록
5. 15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쉬프레사 교회가 더욱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6. 알바니아 교회 지도자들을 축복하시고, 선교사들과 좋은 협력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 되도록
7. 겨울동안 춥고 습한 날씨 속에서 가족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