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숙 [필리핀] 2011.05.14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열심으로 서로 사랑할찌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7-8)

샬롬.

한국은 지금 꽃들이 한창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지요? 제가 머무는 태국 치앙라이는 한국의 한여름보다도 더 무더운 날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이메일을 한통 받았는데 보낸 사람은 제가 사역하고 있는 UIC교회에서 2년여를 같이 사역해오면서 가끔 제 한계를 시험했던 자매였습니다. 그 자매가 제게 “지난 2여년 동안 당신에게 너무나 하고 싶었던, 그러나 하지 못했던 말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천사예요. 당신의 행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나눔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저 또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께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어 저와 함께 사역은 못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서 제가 보여주었던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그 자매의 말은 태국에서 선교에 대해 고민하는 제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환경

지난번 기도편지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지금 태국 치앙라이의 시골에 있는 센터에 머물고 있습니다. 4월 7일에 이곳에 도착했고, 5월 말쯤 센터를 떠나 제가 있던 필리핀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 저는 이 센터에 있는 현지 태국 청소년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제가 하게 될 사역은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농장에서의 노동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및 자립을 목적으로 돼지를 유기농법으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센터에 도착한 지 이틀 후, 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해서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고, 저는 중국어 수업 대신 돼지의 유기농 사료를 만드는 것을 주로 하여 주변의 소소한 농장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저는 농장일은 난생 처음이라 일도 서툴고, 체력도 20대 청년같지 않아서 센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농장에서는 주로 땅을 파거나 퇴비를 만들고 퇴비 및 돼지먹이를 옮기는 등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허리디스크를 가지고 있는 저는 농장에서의 노동이 또 다른 도전이었지만, 4월 한달 동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4월 말부터 갑자기 몸의 컨디션이 이상해지기 시작했고, 어지러움을 동반한 설사와 구토가 2-3일 이어지더니, 허리디스크가 붓기 시작해 센터의 선교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3일 동안 내내 방안에서 누워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허리디스크가 진정을 찾아갈 무렵, 이번에는 얼굴과 팔에 갑자기 염증이 생기면서 다른 곳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사나 허리디스크는 오래 전부터 제가 갖고 있는 질병이라 제가 상태도 잘 알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안 가운데 휴식을 통해 몸을 컨트롤할 수 있었는데,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피부염증이 생기자 제 마음이 약간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곧 제 마음에 평강과 기쁨을 가득 부어주시며 육신의 연약함으로 인해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제겐 족하며, 나의 나 된 것은 모두 다 하나님 은혜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하나님과 나누는 깊은 대화

이곳 센터에 오기 전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농장에서의 노동과 질병은 제게 또 다른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었습니다. 저의 수많은 “왜?”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대답해 주시기보다 저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셨습니다. “왜?”라는 개인적 입장에서 출발한 질문은 “선교란 무엇인가? 선교사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의 삶은 어떤 삶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발전하여 저의 사역과 선교사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였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사역을 할 것이며, 선교사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그 답을 찾아가는 단계로 어떻게 하면 열심으로 서로 사랑하며 (벧전4:8)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사역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제게 말씀하시고, 저의 수많은 질문에 더 큰 깨달음을 주십니다. 왜 잘 못하냐고 나무라지 않으시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뻐하시는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입니다. 그분이 제 아버지라는 것이 저는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기도해주세요

1. 태국의 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 가운데 거하도록

2. 센터에서 농장 노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허리디스크, 설사, 피부염증들이 더 이상 번지거나 썩지 않고 속히 나을 수 있도록)

3. 센터의 학생들과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4. 파송교회인 온누리 교회와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 기도와 후원의 동역자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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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