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선교현장 이야기 (2012-2)
샬롬! 예수의 이름으로 평안을 전합니다.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오늘 이곳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밤입니다. 오후 예배를 다 마치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뿡뿡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비닐봉지 연을 만들어 밖에 나가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맹추위를 가져왔던 기압골이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0^
만약, 설경을 이곳에 볼 수가 있다면, 먼저는 이상 기온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뉴스보도가 될 것이고, 산간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추위와 처음 보는 눈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며 반면에 도심 지방에서의 젊은 연인들은 추위와 상관없이 눈길을 걸으며 사랑의 추억을 만들 것입니다. 또한 이곳에 오셔서 터전을 잡고 생활하시는 한국분들은 옛 추억을 생각하며 눈이 내린 하늘을 보겠죠! 썰매를 타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눈싸움과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흥미롭네요.
복음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이 땅에 내려와 온 회색 도시와 푸른 산간 지방에, 그리고 집집마다 골목마다 가득하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어떤 이들은 “필리핀은 이제 선교지가 아니다!”라고 말을 하십니다. 필리핀은 기독교 국가로 분류가 되어 있고, 그 이전에 많은 선교사의 헌신으로 교회와 신학교 그리고 선교사역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지금은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자국을 위해 선교를 하며 파송하는 국가가 되었기에,‘이제는 필리핀은 선교지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필리핀 땅은 하나님이 주신 추수의 땅이요 마지막 선교의 기회이기에, 더 많은 일꾼들이 와서 추수를 하며 현지 교회가 재생산이 되어지도록 돕고 사람을 세우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예수에 대해서 들어왔고 카톨릭 신자들은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이 나라에, 쟁기와 낫을 들고 추수 지역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볼모지와 같은 곳에 가서 땅을 파고 돌을 고르며 거름을 주고 물을 대고 옥토가 되도록 땀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빵(복음)을 구워서 나눠주겠다고 과대광고를 하면서 사람들을 유혹(전도)하지만, 막상 빵을 주겠다고 하는 빵집(교회)에 가면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와 빵 제조법만 나눠주고 빵이 없는 곳이 바로 필리핀 교회입니다. 빵을 찾는 사람들에게 진짜 빵을 먹도록 해야 하며, 또 다른 빵집에도 빵이 있도록 주인을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할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선교사님들이 추수지역인 이 필리핀 땅에 오셔서 추수도 하시고 또 다른 씨앗도 뿌리시고 그리고 농부들을 가르치고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반신불구이셔서 거동이 불편하기에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예배에 참석하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비가 오면 이 어르신은 그냥 모자만 쓰고 오십니다. 비를 다 맞으시면서요. 우산을 들을 수 있는 여유의 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리에 깁스를 하고도 예배에 참석하시는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젖먹이 아이에게 젖을 입에 물리고 예배에 참석하시는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가난하여 자기 자식에게 줄 것은 없지만 두 딸에게 믿음을 심어 주겠다고 데리고 오는 분도 계십니다. 예배를 드리러 오기 보다는 빵과 음료를 받기 위해 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면에 예배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도박 때문에, 낮잠으로 때로는 일거리를 찾다가 주일에 일이 있다며 일하러 나가는 분들…
이들에게 제일 먼저 공급해야 할 것은 돈도 아니고 일자리도 아닌 성경이었습니다. 지역마다 생긴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제자훈련을 하면서 현지어 성경을 배부 했는데, 놀라운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현지어 성경책을 읽어본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성경의 권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장과 절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곳에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아직도 복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단단한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와 같기에, 인내하며 가르치고 돌봐줘야 할 대상입니다. 언제까지요? 그들이 단단한 음식을 씹을 수 있고, 세상에 나가서도 그리스도의 빛으로 제자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입니다. 그래서 선교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저희가 이곳에 있고 여러분이 협력하고 계신 겁니다.
교회 건축을 해 준다고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교헌금을 보내 준다고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장년, 또는 청소년을 여름 수련회 대신 비전트립으로 와서 단기선교 한다는 명목하에 오는 것이 선교가 아닙니다. 현지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선교사님들 가정을 살펴주시는 것이 선교가 아닙니다.
부족한 저의 입장에서 진정한 선교는 복음 안에서 현지인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겸손해 지려고 노력하고, 계속해서 주님의 손길을 구합니다. 제 3세계에 있는 외부인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원주민들에게 가르치고 때로는 힘을 과시해 가면서 주입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신제국주의 선교는 이제는 안 됩니다. 현지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태어나셨고 아버지가 자라나셨고 지금 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성경적 관점에서 비판하지도 않고 무조건 배척해 버리고 외부인의 자국문화를 심으려고 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종종 봅니다.
주님께서는 인간의 연약함과 부족함 그리고 죄악 된 사회 풍습과 전통을 보시면서도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각을 가지셨고 인간의 사회 풍습을 익히셨으며 그 속에서 자라나셨고 그 속에서 사역을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전혀 다른, 아버지가 만든 심히 기뻐할 피조세계가 아님에도 주님은 인간으로 오셨고 인간으로 사셨다가 인간으로 죽으셨고 예수님으로 살아나셨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교의 동역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기에 정리되지 않은 글을 올립니다. 그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현지인들을 사랑하며 존중해 주십시오. 웃을 수 있는 부탁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곳, 필리핀 땅에 계시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더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이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선교지에 있는 영혼들은 우리와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요, 하나님의 시선이 고정된 자들이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요, 기도할 수 있고 예배할 수 있으며 찬양을 드릴 수 있는 자라는 말입니다. 비록 피부와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말이죠.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들이 조금 더 생활수준이 높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아낌없는 희생의 헌금을 한다는 것 뿐 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생활수준이 덜 높은 현지인들에 대해서, 그 헌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해서 교만해 질 수 있고 비하시킬 수 있으며 못 사는 사람처럼 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아버지의 자녀들입니다. 이들을 위해서도 주님은 사랑하셔서 십자가의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의 확증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니 이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여러분은 저희 가정을 보고 선교에 동참하시는 것이 아닌 줄 압니다. 여러분은 저희 가정의 사역을 보고 메리트를 느끼셔서 후원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 줄 압니다. 여러분은 지상 대명령이요,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거기에 사랑을 더 추가해 주십시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고 계십니다. 기도를 하실 때 사랑으로 해 주십시오. 헌금을 하실 때 사랑으로 해 주십시오. 관심을 가지실 때 사랑으로 해 주십시오. 목적을 잃어버린 의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한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하고 그 영혼이 교회가 됩니다. 저와 여러분이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열정으로 뿌리는 희생의 씨앗이 구원이라는 열매를 맺게 할 것입니다. 2012년에도 계속 사랑해 주십시오.
2012년 2월 5일(주일)
배석범/신경아, 예민, 예준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