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물

“생명의 물(Air Hidup)”

열대의 건기에서
이처럼 갈한 아우성을 나는 체험한 적이 없다.
태초로부터 열대의 이 땅은 해마다 당하여 왔으련만
해가 갈수록 그 인내의 한계는 오히려 짧아지는지
오해는 유난히도 그 갈증을 못견뎌하는 것 같다.
그래도 밤엔 간혹 이슬이 내려 그 혀끝을 적셔왔지만
아우성치는 그 목은 이미 잠겨 알아들을 수가 없고
몸은 부스러질 듯 오그라들어 어쩌면 회복불능이 될지도 모르겠다.

주위를 살펴보니
마을 여기저기 하늘을 향해 잘 자란 대나무 군락이 있다.
대나무 수풀이 좋은 이 마을에서는 대나무가 흔하리라 여겨
수소문하니 곧게 잘 자란 대나무를 쉬 구할 수 있어
그 것들을 반으로 갈라 물길을 삼고
목 타는 그 땅으로 생수를 보낸다.

물은 같은 물이라도 퍼먹는 그릇에 따라 맛이 다른 법이라
목이 잠긴 풀들도 친숙한 왕 죽의 끝에 입을 대고는
물이라기 보단 생명을 벌컥거리며 마시더니 곧 얼굴색을 회복한다.
오늘따라 흐르는 물도 왕 죽 물길에서 더 발랄하고
햇빛은 마실 물에다 생명력을 더하며 빛나니
이 마을 대나무로 만든 물길을 따라 흐르는 저 생수가
타들어가는 이 땅을 반드시 살려내고야 말리라.

2006. 7. 9.
인도네시아
가나안 누산따라 신학교
학생들에게서 비전을 보며-

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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