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태/육광숙[서부아프리카]2011.06.27

시몬 다솜이네 가족이 세네갈에서 전하는 여덟 번째 소식

내가 맥심커피믹스 1봉지에 행복을 느낄 때,

‘CCM(찬양)‘보다 ‘트로트’가 더 가슴에 와 닿을 때,

좋은 위경련약보다 된장국 한 그릇에 속이 더 편해질 때,

슈퍼에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망설임 없이 한국산 치약을 집어들 때,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지성’과 ‘삼성’에 대해서 침 뛰기며 자랑할 때,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외국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문제점만 보고 비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 살아보니, 한국이 더 정확하게 잘 보인다.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이며, 하나님께 큰 축복을 받았음을 알겠다. 또한 한국인에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이 있음도 보게 되었다. 선교사로 부름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도 너무 감사하다……..

샬롬!

한국은 벌써 장마가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이곳도 이제 우기가 시작되려는지 자주 먹구름이 지나갑니다. 비가 오면 몇 가지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래도 푸른 초목을 볼 수 있고 또한 모래 먼지가 사라져서 너무 좋습니다.

저희 가정도 세네갈에 온지 벌써 2년하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 충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사역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 쉽지 않는 2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1년 6개월 동안은 한국에서 훈련 받을 때, 내가 계획하고 꿈꾸었던 사역을 이 땅에서 펼칠 수 있다는 허황된 자신감과 아집 속에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습니다. 1000km가 넘는 곳을 모래 먼지를 맞으면서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리서치를 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더 힘든 상황이 와도 이겨낼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을에 들어와 현지인들과 좌충우돌하며 살면서, 선임 선교사님의 조언이 대부분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이곳 환경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해 계속 재발되는 위경련으로 인해 몸의 힘은 점점 빠져나면서, 자신감은 점점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보다 더 앞에서 달려갔던, 하나님만을 온전히 의지하지 않고 나의 경험을 더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나의 선교전략이 좋은 의도에서 세워진 것이었지만, 이곳 종족사역에는 전혀 맞지 않는 지극히 나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한국적인 교회개척모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역의 방향을 잡지 못해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때, 선임선교사님께서 ‘물따라’ 사역을 저에게 제안하셨습니다. ‘물따라’ 사역은 선교사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못한 세네갈 강가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말합니다. 세네갈과 모리타니아는 1000km가 넘는 세네갈강을 따라 국경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생활여건과 도로 사정상 선교사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입니다. 선임선교사님께서 10년 넘게 종족사역을 하시면서, 한 마을에 정착하면서 관계전도를 통해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도 필요하지만, 이 마지막 때에 누군가는 듣든지 아니 듣든지 곳곳에 복음을 뿌리는 사역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셨다고 합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하고 싶은 마음도, 할 자신도 없어서 완강히 거절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첫 부르심, 즉 ‘복음의 불평등’이 강한 부담감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나의 계획과 생각을 내려놓고, 이 땅의 영적 필요와 팀 전략을 생각하면서 ‘물따라’사역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GMP 세네갈팀 안에서 ‘물따라’ 사역이 하나씩 하나씩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사역을 위해 함께 동역할 선교사 2가정이 지금 한국에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3가정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섬기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사역의 특성상 사역센터가 필요한데, 교회가 없는 곳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준비하신 한 권사님의 귀한 헌신을 통해 강가에 160평의 땅을 구입하였습니다. 사실 GMP는 원칙상 선교사의 개인 토지 구입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물따라’사역의 특성과 특수한 지역상황을 고려하여 필드 디렉터와 GMP 본부의 허락 하에 토지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땅에 ‘물따라’ 사역에 필요한 창고와 저희 부부가 살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시몬 다솜이는 내년 1월부터 MK학교(선교사자녀 기숙사학교)로 전학하게 되었습니다. 시몬 다솜이와 함께 살면서 ‘물따라’ 사역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또한 보다 힘을 사역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들을 MK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엄마와 함께 집에서 홈스쿨링을 한 후 부모를 떠나 살게 될 것입니다. 비록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적응해 주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지난주에는 KOICA 태권도 단원들이 생루이에 와서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희들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구나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기도제목

1. ‘물따라’ 사역이 하나님의 방법과 성령의 능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2. ‘물따라’ 사역을 위해 많은 중보기도팀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3. 안전하고 튼튼한 배가 건조될 수 있도록

4. 여러 환경과 언어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되는 김재태 선교사의 위경련과 육광숙 선교사의 허리 통증이 치유될 수 있도록

5. 시몬이 다솜이가 MK기숙학교에 들어가기 전 6개월 동안 집에서 잘 준비할 수 있도록

2011년 6월 29일 서부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김재태/육광숙/시몬/다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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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