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 [대만] 2011.08.20.

화분에 씨를 심고 오며가며 꼬물꼬물 나오는 싹을 볼 때면 괜히 옆에 붙어 앉아 가능한 많은 격려를 하고, 이런저런 말을 걸게 됩니다. 너 참 귀엽다, 색이 곱다, 만나서 반갑다,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라, 혹시 심심하지는 않았느냐 등등… 이 여름 동안 본 여러 모양의 고운 싹을 떠올리며 기도편지를 시작합니다.

 샬롬!

 올 여름 한국엔 유난히 비가 많았다지요?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 이래저래 궁금했었습니다. 대만엔 태풍이 뜨는 족족 다 지나가는 편인데 올해는 벌써 십여 개가 대만을 피해갔고 단 하나도 영향을 주지 않아 이상한 한해라고 합니다. 보통 태풍이 올 때면 태풍의 정도에 따라 휴교, 휴업령이 내려요. 혹시나 하는 어린(?) 마음들은 TV 앞에 앉아 휴교, 휴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기도 해요 ^^;; 강수량이 모자라 태풍을 기다리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니 근래에는 지진도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ㅎ

 

신학교 첫 방학을 맞아 시간적 여유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난 두 달 간 참 바쁘게 지냈습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들이 쌓이는 시간이었고, 힘든 중에도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습니다.

 

 

독일인교수님과 기숙사에 남아있던 몇 학생들과 함께 불법체류자들이 갇혀있는 외국인 수용소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곳 외국인들은 석달 간 보호감호 후 본국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전국의 수용소를 방문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언어 능통자들이 동원되는데 (다행히) 한국인은 없어서 저는 주로 찬양을 불렀습니다. 한류열풍 덕에 복음에 시큰둥한 사람들도 한번쯤 더 쳐다 봐 주시더라구요 *^^*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겠지만 흩뿌린 복음의 씨앗이 그들 마음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7월 초에 만방교회 가족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3일 동안 진행된 수련회의 주제는 평소 주일 설교 말씀과 같은 ‘십자가 복음의 삶’ 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비록 다 참석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사모하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와 말씀을 듣고, 야외에서 고기도 구워먹으면서 교회 가족의 사랑을 나눴고, 무엇보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 제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배우는 따듯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떤 가족은 수련회가 끝난 다음날 이른 아침 교회 앞에서 교회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련회가 끝난 걸 몰랐다네요 ㅋ 이들의 신앙의 모습이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져가고 있습니다.

 

7월 말에는 竹北라는 곳에서 열리는 어린이 캠프에 참석했습니다. 대만에서 대부분 한국인 사역자들과 접촉했기 때문에 평소 대만 사역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이런 부족분을 신학교를 통해 메워가고 있었는데 드디어 대만인이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하게 된거죠. 7일 간 39도의 사우나처럼 푹푹 찌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캠프가 열린 곳은 전통신앙을 가진 학가인(客家人)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약간 시골지역으로 복음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방학은 길고, 별 놀이는 없고, 캠프비용은 거의 공짜처럼 싸서 많은 믿지 않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캠프에 보낸답니다. 어른 전도가 힘들어서 아이들을 우선 타켓으로 삼는 거죠. 많은 아이들이 도교와 관계있는 팔괘를 목에 걸고 캠프에 참석했었고, 그게 뭔 줄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고 그냥 평안을 위해 엄마가 목에 걸어줬다고 하더라구요. 이 지역민들은 비록 예수를 믿지는 않더라도 신은(新恩 새로운 은혜)교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서 이 교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많이들 참석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 둘 모인 아이들이 이제는 30명이 넘고, 이번 캠프에 소그룹장으로 참여해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을 자상하게 돌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전도협회 초중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와서 한편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혹은 글자 없는 전도지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쉬는 시간이면 꼬맹이들을 무등 태우고 기마전을 벌이며 돌아주는 등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광경을 목격하게 했습니다. 제가 대만으로 온 뒤 주님은 여러 번 청년들을 일으키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도무지 그 싹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그 싹을 보는 시간이었고 감사와 감격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할렐루야!

 

 

그리고 바로 엊그제 수영로교회 2청년부에서 단기선교팀이 (8/13-18) 왔다갔습니다. 아직 여운이 남네요ㅎ 이번 단기선교 주제를 예배와 기도로 잡았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예배하고 이 나라를 중보하면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믿음 아래 매 시간 하나님 앞에 머무르려 했고, 팀원 모두가 하나님 얼굴을 구하는데 열심을 쏟았습니다. 준비과정에서 기도와 예배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뻤는데, 역시나 대만에서도 일관된 태도로 주님을 구함으로 우리 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팀원들이 귀국 후에도 대만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을 해줬고, 특히 한분은 평생 대만 선교를 위해 동역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서 벅찬 감격이 있었습니다. 단기팀을 받을 때면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이중에서 한 명만이라도 대만을 위해 동역할 자가 나타났으면 하구요. 신실하신 하나님! 팀원들과 신은교회를 다시 방문해서 사역자들을 위로하고, 마침 운동장에 나와있던 아이들과 놀아주며 신원을 소개했습니다. 역시 한류열풍이 다시금 빛이 났답니다 ^^

 

 

그 외에 교회 찬양팀과 함께 경배학교에도 참가하고, 단기팀 오기 일주일 전에는 사고로 왼쪽 엄지발가락 발톱이 빠져 절뚝거리며 단기팀과 다녔는데 그도 괜찮더라구요. 기도덕에 회복이 빨라요. 감사하신 하나님!

 

7월 말에 10명의 교인이 다른 교회로 옮겨갔습니다. 8명 일가족과 2명의 가족이 함께 들어왔다가 함께 나갔습니다. 평소 강한 인본주의 신앙으로 하나님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신앙생활을 했고, 교회와 목회자를 계속적으로 조종하려다가 잘 되지 않자 불만들을 잔뜩 털어놓으며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선하신 하나님은 그들이 남겨둔 빈자리에 뜻하지 않게 매주 사람으로 채우시고 헌금을 채우셨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사람들로 채우실지 기대가 됩니다. 우리에게 두려워할 분이 사람이 아니라 한 분 하나님이심을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기도제목을 나누기 원합니다.

 

1.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사회 지도자들이 주님을 두려워하고, 주님을 인정하며, 주님의 공 의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도록

 

2. 교계의 지도자들이 통회하는 심령으로 주님께 나아오며, 겸손과 순종의 본이 될 수 있도 록, 마지막 때를 위해 새벽이슬같은 젊은이들이 많이 일어나 영적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3. 만방교회 교인들이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며 주님과 친밀할 수 있도록, 찬양팀이 더욱 보강되고 각 맴버들이 먼저 예배자로 설 수 있도록

 

4. 영력 (하나님을 더욱 많이 알고,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지력 (언어의 진보,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 지력), 체력, 어미의 마음 부어주시도록

 

5. 관계의 복 주시고, 교회와 학교생활에 균형을 유지하고 잘 섬길 수 있도록

 

6. 믿지 않는 가족들이 속히 주님께로 돌아오고 (아버지, 어머니, 오빠, 남동생), 조카 주호 가 주님 안에서 심령이 회복되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7.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시는 교회와 기관, 개인 후원자들이 주의 은혜와 평강을 누리고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About the Author

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