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박미영 [헝가리] 2011.12.31.

저희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이번 성탄절에 이곳 헝가리는 눈이 내렸어요.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유년주일학교 찬송가에 나오는 <탄일종>이라는 노래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눈 앞에 그 풍경이 보이듯이 가사가 떠오르더군요.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울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저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에게도 탄일종이 울린다.”

차별없이 똑같은 은총으로 메아리치는 “탄일종”의 종소리처럼 이 복되고 아름다운 은총의 계절에 내리는 하얀 눈은 잘 사는 헝가리 사람들의 크고 높은 지붕 위에나 가난하고 초라한 집시촌 로마니들의 낮고 보잘 것 없는 지붕 위에도 차별 없이 똑같은 은총으로 가만 가만 내려 쌓이더군요. 성탄하신 주님의 은총은 잿빛 하늘로부터 하늘하늘 내리는 흰 눈처럼 빈부귀천 없이 세상 누구에게나 이처럼 똑같다는 깨달음에 가슴 시리도록 뜨거운 성탄의 감사가 내리는 눈처럼 우리 마음에 축복으로 쌓이는 계절입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저희 가족은 다 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건강히 사역을 잘 하고 있고, 한울이와 솔지, 두 아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건강히 잘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그저 눈이 젖고 목이 잠길 뿐입니다.

<몰압산 기슭에는 / 동서가 없다 / 임종까지 약을 먹어야 죽는 / 天刑(천형)이 있다. / 天刑(천형)을 天刑(천형)으로 / 살아내는 / 두려움이 아닌 / 떳떳함이 있다.>

탄일종의 종소리처럼 차별없는 하얀 눈이 잿빛 하늘을 뚫고 푸근한 축복으로 내리는데 왜 느닷없이 김초혜 시인의 <문둥북춤 6>에 나오는 이 구절이 떠오르는지요!

헝가리 집시선교를 하겠다며, 부족하기만 한 저희로서는 가당찮은 꿈을 설익은 가슴에 안고 이곳 헝가리에 온 지 벌써 세 번째 겨울.

세 번째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문둥병보다 더한 天刑(천형)아닌 天刑(천형), “집시”라는 주홍글씨를 나면서부터 피부색깔에 지닌 채 늘 어디서든 “떳떳함”이 아닌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저들을 섬기며 은총으로 한 해를 보내었습니다.

헝가리 사람들 앞에서는 눈빛 조차도 떳떳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저들에게도 성탄의 은총은 저 부시게 빛나는 흰눈으로 소리 없이 내리고, 저희 마음 속에는 성탄하신 주님의 겨울 눈 같은 은총이 쌓이기 때문에 지난 한 해를 생각하면 그저 눈이 젖고 목이 잠기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난 한 해의 사랑과 섬겨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에게는, 집시선교라는 가당치도 않던 꿈이 떫은 감 같은 설익음에서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미쉬콜츠와 자동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집시촌, 그 두 군데 마을에 있는 집시교회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며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미쉬콜츠 집시촌 학교에서 모이는 한 교회는 지난 10월 첫 주부터 저희가 개척하여 지난 주에 스무 명 정도가 모였고, 다른 마을에 있는 또 다른 집시교회는 이미 개척된 교회인데 사역자가 없어서 제대로 모이지 못하던 중 10월 첫 주부터 저희가 교회를 맡아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지난 주에는 서른 명 정도가 모여서 예배를 드린 후 저희가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누며 교제를 했습니다. 교제 시간에 두 교회 교인들 모두에게 저희가 준비한 성탄 선물을 주의 이름으로 전해주며 비록 날 때부터 天刑(천형)같은 “두려움”으로 살고 있는 저들이지만 한 아기로 성탄하신 주님 안에서 “떳떳함”으로 살기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또한 230명이 재학하고 있는 집시촌 학교 학생들에게도 방학식에 참석하여 그들이 준비한 성탄절 행사를 지켜본 후 주의 이름으로 준비한 성탄선물을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었고, 그 학교 40여명의 선생님들의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그들에게도 주의 사랑이 담긴 성탄 선물을 준비하여 섬겼습니다.

이 모든 행사를 마친 후 저희와 함께 동역하는 헝가리 교회의 사무엘 목사님이 말하기를

100번의 설교를 한 것보다 더 큰 주의 사랑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느끼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지금까지 없었던 일로서 집시촌 학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탄절을 맞을 수 있어서 다들 너무 감사해 한다면서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요, 여러분들의 기도와 후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좀 더 여러가지 사역이 확장될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그 집시촌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이 추천한 아이들 여러 명을 선발하여 장차 집시족 지도자로 자랄 수 있도록 저희가 방과 후에 특별 클래스를 운영하며 교육하려고 하며, 그 아이들 중에서 믿음이 좋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저희 집에 데려다가 목회자로 키울 생각입니다. 또한 인근 다른 집시촌에도 교회를 개척하고자 기도 중입니다. 이러한 사역들을 위해서 계속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탄일종”처럼 동일한 은총으로 복된 절기를 축복하는 눈이 내리네요.

다시 한 번 지난 한 해의 사랑과 은혜를 감사드리며, 성탄과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과 가족, 교회와 일터 위에 성탄하신 주님의 흰눈 같이 푸근한 은혜와 풍성한 축복이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주의 평화!

헝가리 집시선교사

박완주 박미영(한울 솔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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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