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운/노희정[태국]2014.11.04.

사랑하는 동역자님께
샬롬! 주님의 이름으로 평안을 전합니다. 꽤 오랜 시간 만에 소식을 전하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몇 개월 본국에서 지내는 동안, 지난 10년의 사역을 돌아보며 반추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2004년 필리핀에서의 문화적응 훈련을 시작으로 태국에서 두 텀의 사역 기간 동안 지나온 많은 일들이 스쳐가며, 감사와 아쉬움 기쁨과 아픔의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무엇보다 지나온 순간순간마다 하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한 계획과 인도하심, 그리고 측량할 수 없는 자비와 은혜로 살아왔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저희들의 부족하고 연약함으로 인하여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부르심과 사역을 더 충성스럽게 감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선교사로의 삶의 목표가 잠언 3:3-4절 말씀의 ‘인자와 진리로 충만한 삶’이었고,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요13:34~35) 하신 말씀을 사역철학으로 삼아왔지만, 많은 변수와 상황 앞에서 누군가를 예수님처럼 사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아픔들은 첫째는 사랑하는 동료 선교사님들을 사역 중에 먼저 본향으로 보내드려야 했던 상처들이며, 둘째는 부르심을 받고 마음을 다해 섬겼던 신학교가 ‘신사도 운동’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아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교회와 진리를 수호하는 일보다도 인간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인한 안타까움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셋째는 얼마 전에 우연히 마주한 구절을 통해 최근에 가져야 했던 큰 좌절감의 원인을 알게 된 것입니다.  『기쁨을 나누었더니 시기와 질투고 되고, 슬픔을 나누었더니 내 약점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미명 아래, 나의 고백을 나의 약점으로 삼아 공격해 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심령이 상하여 긴 침묵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신 선교사로서의 특권과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은총이며 행복함입니다. 언젠가 사역을 마치게 될 때에, 사역 현장에서 만난 분들에게 ‘착한 선교사’로 기억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저희가 협력하며 섬기던 태국교회 목회자로부터 ‘하나님께서 선교사님들을 통해 저의 상처를 치유해 주셨습니다.’라는 고백을 들었을 때, 그리고 안식년으로 떠나오기 전에 여러 성도들이 노선교사를 향해 ‘이전에는 교회에 나와도 사람들과 모래알 같은 느낌이었는데, 선교사님을 통해 교회에 정착하게 되었고 성도들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저희가 선교사님처럼 다른 사람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줄 거예요.’ 하는 고백들을 들었을 때, ‘아! 우리가 가고자 원했던 길로 오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부족한 저희를 부르신 곳의 필요에 맞게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 은혜에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온 시간들 전부가 감사의 이유이지만, 안식년 기간 동안에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 가운데 하나가 자녀들을 통한 위로입니다. 저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국제학교를 포기하고 홈스쿨의 길에 들어서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세상의 지혜 대신에 하나님 은혜를 바라며 살아가는 훈련과 홈스쿨이 아니었으면 놓칠 수밖에 없었던 더 귀중한 것들을 많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안식년 기간 동안 아이들이 한국 학교를 경험하도록 결정할 때, 여러 사람들이 적응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4살 사랑이는 독학으로 지난 4월 초등학교 졸업자격과 8월 중학교 졸업자격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고, 사랑이 평화 모두 학교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 모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아이를 저희 반에 보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특별히 반에서 어려운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주고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아이들로 자라주어 감사하고, 한국말을 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지난 9월로 노선교사가 위암 수술을 받은 지 만 5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강검진 결과 깨끗하게 완치되도록 치유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위 절제에 따른 후유증과 ‘위축성 만성 위염’ 및 신진대사의 어려움이 남아있고, 저 또한 갑상선 결절이 조금씩 자라고 있고, 신장에 작은 결석이 생겼고, 고혈압과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계속해야 하지만 심신을 잘 관리하고 단련하도록 주님께서 주신 과제인줄로 생각합니다. 사랑이의 척추측만증도 평화의 오른쪽 눈 시력도 조금씩 양호해 지고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찬양을 드립니다.
잠시 사역을 멈추고 나왔지만 계속해서 돌보아야 할 일들이 있는데, 동료 선교사님들과 함께 설립한 Love Seeding Foundation 법인 관련 일들입니다. 그 동안 두 차례 태국을 방문하여 사무 처리를 잘 마쳤고, 함께 사역하던 필리핀 베치 선교사는 2년 임기를 마쳐서 은혜롭게 환송하고 왔습니다. 앞으로 비자 문제를 법인을 통해 해결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태국 정황이 어렵고, 비자 사용 문제도 힘들어졌는데, 이 모든 일들에 대한 대비를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본국사역 기간 동안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차기 사역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는데, 행정 절차로서는 파송 기관인 PMS의 ‘재파송 심사’와 GMP의 ‘디브리핑 및 심리검사’ 절차를  모두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크리스찬 코칭 훈련’을 받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노선교사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단번에 취득하였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계속 정진하고 있으며, 이선교사는 ‘기초의학 MR 트레이닝’과 ‘정철영어 교사대학’ 훈련을 받았습니다. 문화사역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다양한 자기 계발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코칭 훈련’은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섬기는 리더십’에 관한 깊은 통찰을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시간들의 배경에는 여러분의 사랑의 기도와 지원이라는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이 든든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하여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그리고 동역자님들께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다시 선교지를 향해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동역자님들을 찾아뵙고 지면으로 다 나눌 수 없는 은혜들을 함께 나누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를 고대합니다. 바쁘신 중에라도 저희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시고 함께 손을 모을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동행하심과 형통케 하심이 귀하신 동역자님들의 삶과 사역에 늘 충만하게 넘치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평안하세요~
2014년 10월 31일,  이창운, 노희정, 사랑, 평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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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섬김, 그들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